취향 구독의 시대, 소비자의 취향을 확장하라
취향 구독의 시대, 소비자의 취향을 확장하라
  • 승인 2021.03.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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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구독의 사전적 의미는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사서 읽는 것이고, 정기구독은 이러한 행위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적인 정기구독은 월간지와 신문을 들 수 있고, 아침마다 배달되어 오는 우유나 녹즙도 정기구독(정확하게 말하자면 정기배송)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독 서비스의 특징은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내가 중단하기 전까지는 지속된다는 점이다.

한때 양말과 셔츠의 정기구독 서비스가 샐러리맨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적 있다. 특히 양말 구독 서비스는 기간, 패션(정장, 스포츠, 일반 등), 성별, 양말 모양(일반, 덧신 등)에 따라 고를 수 있었고, 은근히 유행을 타는 아이템이지만 쉽게 구매하지 않았던 분야라 편의성과 실용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였다. 반면 셔츠 구독 서비스는 슈트 안에 입을 수 있는 셔츠의 컬러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것과 매일 갈아입어야 한다는 셔츠의 특성에 주목해 세탁 서비스와 연계하여 운영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전통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정기구독 서비스가 그 영역을 확장한 것은 2020년 코로나19와 맞물린다. 모두가 칩거해야 했던 칩거 시대에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소비 채널을 열었고, 소비자 역시 선택의 고민을 줄이는 이러한 서비스에 빠르게 호응했다. ‘구독(subscription)’이 ‘경제(economy)’와 만나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는 ‘락인(Lock-In) 효과’도 높아 여러 기업에서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롯데제과의 ‘월간 과자’는 국내 최초의 과자 구독 서비스다. 9,900원으로 푸짐한 과자를 구성해 배달을 시작한 이 서비스는 4차례의 기획 서비스에서 완판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구독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월 9,900원과 19,800원의 두 가지 서비스로 운영 중이며 금액에 비해 푸짐할 뿐만 아니라 롯데제과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빵도 구독할 수 있다. 매일 한가지 빵을 골라서 구독할 수도 있고, 패키지로 구성된 빵을 구독할 수도 있으며, 커피도 함께 구독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와 뜨레쥬르에서는 반복 구매율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구독 상품을 구성해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집으로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동 동선에 있는 가맹점에서 직접 수령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집으로 배달하는 빵 구독은 신라명과에서 시작했다. 정기 배송을 받을 제품을 선정해 구독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필요시마다 빵의 종류도 선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유행에 민감한 액세서리, 매달 필요한 생리대, 한번 골라놓은 내 사이즈의 속옷도 정기구독이 가능하다. 이렇게 늘 사용하지만, 선택에 투자할 시간이 아까운 많은 것들이 정기구독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애견 사료로도 확장되었다.

이렇게 확장되고 있는 구독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보인다. 소비자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취향 존중 서비스와 새로운 취향을 선보이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빵이나, 셔츠, 속옷, 생리대, 반려동물 사료 등 개인의 선택이 명확한 분야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가 중요하고, 과자나, 책, 액세서리처럼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성을 허락하는 분야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의 큐레이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인아 책방’의 구독 서비스인 ‘북클럽’, 가격대만 정해놓고 기다리는 ‘꾸까’의 꽃 정기구독 서비스가 바로 고객을 위한 큐레이션 서비스다. 이러한 서비스는 해당 제품만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 전문가가 해당 제품을 어떻게 골랐는지, 그 구성은 어떠한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하여 소비자에게 다양한 취향을 접하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 보면 익숙함을 배달받는다는 편의성과 새로운 취향에 대한 갈증이 동시에 생겨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큐레이션 서비스다. 소비자의 또 다른 취향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변한다. 소비자의 취향 역시 개인의 고유한 특성인 동시에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구독 서비스는 취향 존중과 큐레이션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 고객의 취향을 존중하되 새로운 취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보탠다면 구독 서비스의 영역은 여러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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