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성을 다시 봄
봄, 여성을 다시 봄
  • 승인 2021.03.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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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여성에게 꽃 한송이를!

책상 위에 놓여있는 달력에 다가오는 월요일이 ‘3·8민주의거 기념일’이라고 적혀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자 3·8 민주의거 기념일이다.

대구에서는 서문 밖 큰장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의미 있는 날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우리에게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달라’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에서 차별과 억압에 맞서 여성의 목소리를 냈던 2차례의 궐기는 세계 여성의 날이 탄생한 배경이 되었다. 1909년 미국에서 전국여성의 날이 선포되고 이어 1910년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노동운동가인 독일의 클라라체트킨과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가 기념일로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세계 여성의 해였던 1975년 유엔은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날’ 국제기념일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되면서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여성단체에서 그 이전인 1985년부터 기념해 왔기에 올해는 37회째가 된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인 1943년 대구의 여성운동가 정칠성은 대구여자청년회를 창립하고 1925년 국제부녀절 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국제부인운동의 의의, 자아완성과 부인해방, 농촌혼인의 생활상태 등의 강연이 이루어졌는데, 제목만 보아도 듣고 싶은 강연이다.

구공산권 국가들은 대부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기념한다. 러시아 공산혁명의 시발점이 1917년 3월 8일 페트로그라드에서 열렸던 여성노동자들의 여성의 날 시위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산권에서는 이날이 실질적인 공산주의 탄생일로 여겨지며, 러시아를 비롯한 북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및 아프리카의 공산권 국가들도 대부분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몇 년 전 필자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온 친구들은 이 날 맛있는 음식을 차리고 지인들을 초대해 자축하고 기념한다. 이때 외국인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목사님은 장미꽃을 나누어 준다. 고된 삶에 서로 힘을 주고 받으며 격려하는 뿌듯한 자리는 여성으로 태어남이 축복이 되도록 만들자는 다짐을 하게 한다.

달력에 표시된 3·8 민주의거는 이승만 정권 시절인 1960년 3월8일, 3.15대선을 앞두고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의 독재에 항거하여 대전시에서 대전지역 고등학생 1,000여 명의 주도로 일어난 학생의거가 아닌가. 이 시위에서 학생들을 무차별로 구타하고 연행하는 경찰에 분개하여, 3월 10일에는 더 많은 대전 시민과 학생들이 경찰에 맞서 투석전까지 벌이는 대규모의 시위가 있었다. 2018년 정부는 3·8 민주의거를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였다.

대구의 독립만세운동은 3월 8일 동산동, 지금의 서문시장 부근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으로 당시의 남성중심 유교사회에서 계성학교와 대구고등보통학교와 더불어 신명여학교도 주축이 되었다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신명여학교 교사 임봉선과 졸업생 이선애는 50여 명의 전교생을 이끌고 참석했다(대구여성가족 브리핑 40호). 이선애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팔을 잡고 가로막자 뺨을 후려치며 어느 나라 백성이냐고 꾸짖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기상을 생각하면 숙연해진다. 이 날을 기념해 신명고등학교는 1972년 전국 최초로 교정에 ‘3·1기념탑’을 세웠다.

‘우리가 행진하고 또 행진할 땐 남자들을 위해서도 싸우네. 남자는 여성의 자식이고 우리는 그들을 돌보기 때문이지. 그런 우리의 마음과 몸이 모두 굶주리네’.

1857년 뉴욕 럿거스 광장에서 울리던 목소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여성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어른들이 행복하다. 여성에게 장미꽃이 필요한 이유이다.

잠깐!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영국을 비롯한 60여개 나라에서 기념하는 세계 남성의 날이 있다. 11월 19일, 이 날은 ‘남성과 남자 아이들의 건강에 집중하고, 여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성평등을 추구하며, 긍정적인 남성 롤 모델을 주목’하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 기념한다면 큰 박수 치며 후원하자. 성평등은 모두의 생존이므로.

2021년 새 봄,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시민 모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고 맞서는 의지를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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