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능(1) - 새들도 생각한다
새들의 지능(1) - 새들도 생각한다
  • 승인 2021.03.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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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입에 올리기에 좀 거북스럽지만 ‘새대가리’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우둔한 사람을 새의 머리에 빗대어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 말이 어떻게 하여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새’에서 비롯된 말임은 틀림없을 듯합니다.

그럼 우리 선조들은 새의 어떠한 특성을 보고 이러한 말을 지어낸 것일까요?

가장 개연성이 큰 가설은 새의 머리 크기가 작아서 소견도 좁을 것이라고 본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에 새의 머리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 개나 고양이의 머리 크기와 몸통을 비교해 보면 쉽게 짐작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연 새들이 소견도 좁을까 하는 데에는 이의(異意)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2013년 11월 28일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독일 튀빙겐대 생물학과 안드레아스 니더 교수팀은 컴퓨터 게임을 이용해 까마귀의 지능을 테스트하는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게임은 스크린에 떠 있는 두 개의 그림 중 앞서 보여준 사진과 동일한 그림을 부리로 쪼게 하여 정답을 골랐을 때에는 보상으로 과자를 보상으로 주는 실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요령을 몰라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차츰 익숙해져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부터는 80%에 가까운 정확률을 기록하며 먹이를 받아먹었다고 합니다.

이 때, 게임을 하는 동안 까마귀의 뇌에서 최고 수준의 인지를 담당하는 부위인 ‘니도팔리움 코도라터랄’에서 독특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까마귀가 지능을 발휘할 때에는 유인원과 비슷한 뇌 신경세포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해 내었습니다.

이로 보면 까마귀의 지능이 결코 허술하지 않으며 새로운 인지를 시도할 때에는 활발한 뇌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딱딱한 호두열매를 자동차가 지나가는 도로에 두었다가 바퀴에 껍질이 깨어진 다음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는 것을 보고 느긋하게 먹으러 가는 까마귀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영리한 까마귀〉라는 이솝 우화도 있습니다. 목마른 까마귀가 물이 반쯤 찬 물 단지를 발견했지만 부리가 짧아 물에 닿지 않자, 까마귀는 생각 끝에 돌멩이를 단지 안에 물어넣어 수면이 차오르게 한 다음 물을 맛있게 먹었다는 줄거리입니다.

실제 까마귀가 이처럼 지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까마귀는 물이 든 단지와 톱밥이 든 단지 안에 먹이를 놓았을 때 곧 물이 든 단지를 골랐고, 부리가 먹이에 닿지 않자 곧 잔돌과 큰 돌 가운데 큰 돌을 넣어야 수위가 빨리 오른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내고 먹이를 획득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까마귀의 지능을 인간의 아이들과 비교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자들은 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아이들에게 해보았습니다. 팔이 닿지 않는 깊이의의 수면과 톱밥 표면에 작은 인형을 올려놓고 이를 꺼내오면 과자와 바꿔주는 실험이었습니다. 그 결과 4~7세 아이들은 다섯 번쯤 시행착오 끝에 결국 까마귀와 비슷한 방법으로 인형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러나 8세부터는 단 한 번의 시행착오도 없이 바로 돌멩이를 넣어 수면을 높인 다음 인형을 끄집어내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까마귀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추론 능력이 있다는 것이 차츰 밝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대가리’라는 말은 물론 무엇이나 잘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붙이는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등의 말은 말 자체가 가지는 품격도 부끄러운데다 내용도 가당찮은 만큼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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