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치매’와 결혼
‘윤정희 치매’와 결혼
  • 승인 2021.03.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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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피어리 결혼정보회사 대표
교육학 박사


‘윤정희 치매’ 라는 기사가 연일 매스컴을 달구었다. 1960년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가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10여 년 동안 시달리다 최근에 악화되었다.

프랑스의 한 아파트에 갇혀 지내며 가족으로부터 방치되었다는 국민청원의 댓글에 그녀를 알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사실 여부는 남편 백건우 씨의 해명으로 밝혀져 안도의 한숨을 지었지만, 치매라는 질환으로 인해 한 여배우가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종일 우울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인기 여배우의 결혼은 당시 세기의 러브스토리였다. 몇년 전, 어떤 인터뷰에서 그녀는 평소에 꿈꾸던 영화 같은 사랑을 이루었다며 소녀처럼 홍조를 띠었다. 남편 백건우는 영화 없이 못살고, 아내 윤정희는 음악 없이 못산다고 했다. 둘은 천생연분이었다. 예술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 휴머니스트였다. 처음으로 남편에게 꽃 선물과 함께 프러포즈를 받아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의 낡은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얼마후 결혼했다. 남편은 40여 년 동안 한 번도 손에서 결혼반지를 빼 본 적이 없다고 하니 그들의 순수한 사랑이 가히 짐작 된다.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아내가 자신과 딸을 낯선 사람 대하듯 하는 모습에 얼마나 망연자실했을까.

현대인의 병중에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 치매라고 혹자는 얘기한다. 치매는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과 추억마저도 잃어버리는 마음을 지우는 병이다. 최근에 영국의 런던대학의 ‘결혼과 치매’라는 논문에서, 결혼생활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내용이 신경의학 저널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소와 생활양식이 치매의 원인이 된다. 그중에 치매 발생확률을 높이는 위험인자에 결혼상태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결혼을 한 번도 안 해본 미혼자나 독신자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결혼 한 사람에 비해 42 퍼센트나 높다는 사실이다. 배우자가 사별한 경우에도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보다 20퍼센트 높다고 한다. 결혼을 해서 부부가 함께하는 환경적 요인은 건강한 생활 습관과 사회적 관계 유지에 상호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친구 엄마가 오랫동안 치매로 아버지가 보호자 역할을 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자식들이 힘들어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고 요양 시설에 모실 것을 권했으나, 아버지는 끝내 거부하셨다. 잿빛처럼 사라지는 아내의 기억을 붙잡고, 아버지는 엄마가 좋아하던 옛 가요도 부르고, 손가락으로 셈도 가르쳐드린다. 며느리와 딸은 누구냐고 물으시면서, 아버지는 알아보고 반가워 하신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친구 엄마는 아버지의 지극정성 돌봄으로 치매의 진행속도가 최대한 늦춰지며 남편과의 행복한 기억을 새로 쌓아가고 있지 않을까. 아버지의 사랑의 힘으로 엄마는 꿈속에서 또다른 황혼 여행을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년의 부부는 사라져가는 기억보다 더 소중한, 옆에서 지켜주는 배우자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하거나 미룬다. 힘들수록 나의 분신처럼 나를 지켜주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청춘남녀들이 현실적인 조건을 저울질하다가 결혼할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에 골인하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파리의 연인인 윤정희 부부도 젊은 날 몽마르트르 언덕 운명적인 사랑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행운이 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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