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은 한꺼번에 몰려 왔다가 몰려갔다
안녕히 계세요 허리를 굽히고
조심조심 가거라 오래 손을 흔들어
골목을 휘어지는 자동차의 불빛
썰물이 지나간 갯바닥에 뒹구는
나는 텅 빈 소라고동 껍데기
어지러운 집안을 치우면서도
고적에 길들어서 쓸쓸하지 않게
자식들이 먹다 남긴 그릇을 치운다
어머니는 항상 거기 있을 줄 알아
어린것들만 거두느라 정신없던 날들
늙어봐야 안다던 말씀
화살이 되어 꽂히는 저녁
◇이향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후,『별들은 강으로 갔다』등 시집 23권.『불씨』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등 8권의 문학이론서를 펴냄.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함.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참으로 부질없는 게 삶의 노후라 했던가 가을 나무에 잎이 지듯, 명절이라고 찾아온 자식들도 자신의 둥지로 떠나버리면 내 둥지엔 노년의 고단함 그리고 쓸쓸함만 곁을 지킨다. 내 자식 키우느라 돌보지 못했던 부모님 댁의 쓸쓸함이 내게로 와서 내 입을 통해 그분들의 말씀이 흘러나온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