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 봄, 그리고 사회적 지지
다시 돌아 봄, 그리고 사회적 지지
  • 승인 2021.03.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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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리 가정복지회 사무총장
우리나라에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이후, 두 번째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 19를 처음 맞이했던 2020년의 봄은 일상의 멈춤이 시작되었던 봄이었고, 1년이 지난 2021년의 봄은 코로나 19 백신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멈춤이 지속되고 있는 봄이다. 2021년 3월에도 코로나 19이전과 마찬가지로 봄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 내 움츠렸던 새싹이 땅을 밀어내는 소리, 개구리가 봄을 깨우는 소리, 봄을 향해 힘찬 날개 짓하는 새들의 소리, 새 학년을 맞이한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소리’가 우리 귓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어느센가 희망의 봄 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졌다. 봄의 소리보다 힘든 우리 이웃들의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의 대부분은 장애인·노인·아동이나 빈곤층 등으로 취약계층에 해당한다. 심리적 불안감과 외로움을 하소연하는 소리,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리, 긴급지원과 돌봄을 요청하는 소리 등 우리 이웃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마음의 이야기가 사회복지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들린다. 이러한 소리가 코로나 19 이후에는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통계청이 2월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로 취약계층의 소득감소가 다른 계층들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5분위)는 근로소득이 전년도에 비해 1.8% 증가한 721만 4000원으로 전 계층 중 유일하게 증가하였고, 하위 20%(1분위)는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이 59만 6천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3.2% 줄어들면서 소득의 격차가 더 커졌다고 한다.

2020년 ‘KOSTAT 통계플러스’ 겨울호에 실린 ‘코로나19와 안전 취약계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5천130만명) 대비 코로나19 감염률은 0.1%를 기록했지만, 안전 취약계층으로 갈수록 코로나19 감염률과 치명률이 높았다고 한다. 결국 코로나 19가 주는 고통의 무게가 평등하지 않아 코로나 19 이전부터 아픔을 겪던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 19가 주는 위험의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와 민간영역의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가는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사회적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영역에서는 코로나 19 속에서 감염의 두려움, 고립과 소외의 불안감을 더 경험하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지지’가 필요하다. ‘사회적지지’는 대인관계를 통해 개인의 정서나 행동에 유리한 결과를 갖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며, 구체적인 원조를 포괄한 개념으로 신체적·정서적인 건강상의 문제, 위기 등의 적응상의 문제, 사회적 분리, 독립 등으로 야기된 무력감의 문제 등을 이해하고 해결해가기 위한 활동이다.

불안과 위험에 빠진 취약계층은 직접적인 원조가 없더라도 본인이 필요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만으로 불안과 위험의 고통이 줄어든다고 한다. 취약한 이웃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안부를 묻는 것이다. 요즘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묻는 것만으로도 취약한 이웃들이 위험과 불안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생활 속에서 특히 코로나 19속에서 대면하여 안부를 묻는 일이 쉽지는 않다. 최소한의 대면 방식으로 안부를 묻거나 비대면 방식인 전화통화 및 우편함 속 편지 등을 통해 안부를 전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단순히 안부를 묻고 전하는 것이 아닌 살아온 삶을 공유하고 희망을 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더 적극적인 방법들이 나올 것이다.

‘봄’은 계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물을 보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위험의 불평등에 놓여있는 취약계층을 ‘다시 돌아 봄’으로서 우리의 이웃을 함께 지켜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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