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달력 작가 선정’ 신수원, DGB 갤러리 전시
‘대구은행 달력 작가 선정’ 신수원, DGB 갤러리 전시
  • 황인옥
  • 승인 2021.03.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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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 보았던 경주 풍경 화폭에
순수한 정서·몽환적 분위기 특징
이번 선정 계기로 겨울 풍경 도전
대구銀 인연 통해 지역활동 속도
고래등
신수원 작 ‘고래등’

대구의 향토 금융기관인 DGB 대구은행에서 발행하는 신년 달력은 대구시민들이 연말 연시에 소장하고픈 잇아이템이다. 매년 47만부 가량이 제작, 배포되고 있지만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은행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저명하거나 이슈가 되는 작가의 작품을 달력에 싣고, 그 해에 선정된 작가는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노출시키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작가들은 대구은행 달력의 작가로 선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가 신수원은 올해 대구은행 달력 작가로 선정되어 대구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대구은행 달력은 홍보성이 매우 높은데 아직은 대구시민들과 접촉이 많지 않아 피부로 실감을 못하고 있다”는 신 작가는 최근에 대구은행 제1본관 별관 DGB 갤러리에도 초대되면서 올해 대구은행과의 인연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사실 올해 대구은행과의 인연은 지난 7년간 문을 두드린 결실이다. 2013년 신협 달력 작가로 선정된 이후 대구은행에도 에이전시를 통해 매년 문을 두드렸지만 최종 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고는 했다. 에이전시측은 1년 사계절의 정취를 보여줘야 하는 달력의 특성에 비춰 볼때, 겨울 정취가 빠져있는 신 작가의 작품이 기준에 부합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신 작가에게 겨울 풍경을 제안하고, 그녀가 이를 수용하면서 올해 뜻을 이루게 됐다.

신 작가는 “대구은행 달력에 도전하면서 제가 시도하지 않았던 겨울 풍경을 도입할 수 있었다”며 이번 경험이 작품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상기했다.

작가 신수원의 화풍은 주로 풍경이다. 어린시절 창으로 바라보았던 경주의 풍경을 동심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유년의 기억 속 이미지들을 동심의 서정과 색채의 상징성을 버무려 새로운 이야기꽃으로 피워낸다.

사실 기억은 불확실하고 왜곡되기 일쑤다. 인간은 가장 불행했던 순간이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 저장고에 쟁여두는데, 이때 기억방식에서 현실과 다른 왜곡을 가하고는 한다. 피해갈 수 없었던 불행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없는 행복한 순간에 대한 아쉬움을 불행한 순간은 더 불행하게, 행복한 순간은 더 행복한 상태로 기억하려는 습성이다.

작가 신수원의 기억의 편린들은 ‘온기’와 ‘순수’로 점철된다. 그녀의 기억들은 어린시절 창밖으로 바라보았던 경주의 풍경에 정지되어 있다. 기억 속 경주는 눈이 부시도록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약간은 왜곡된 경주 풍경의 기억들이 성장하면서 저장된 그 어떤 기억보다 강렬한 힘을 발휘했고, 그 기억들이 10여년 전부터 작품의 핵심 소재로 소환되고 있다.

풍경을 구성하는데 영감을 주는 것은 여행이다. 그녀는 국내·외 여행을 통해 작품 속 서정을 끌어낸다. 대개 여행자는 나그네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감상한다. 현실의 감정인 외로움이나 고뇌는 잠시 묻고, 여행자의 들뜬 감정으로 여행지를 즐긴다. 신 작가의 작품 속 정서들이 밝고 희망적인 이유는 바로 이 여행자의 시선이 작용한 결과다.

작품들은 하나같이 동화 속 장면을 옮겨놓은 듯 동심으로 넘실댄다. 어린아이의 그림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동심의 서정으로 꿈틀댄다. 산과 들, 새와 고양이가 어우러지지만 동화 속 풍경처럼 현실과 거리를 둔다. 어린아이의 본능적인 색채감각과 동심의 시선으로 형상화한 풍경의 하모니가 동화 속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어린아이 꿈 속 같은 몽환적인 풍경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성향이 작용했다. 그 중 하나는 통념에 대한 비판의식이다. 그녀는 고정화된 틀에 대한 거부감이 유달리 강했고, 풍경을 그리면서도 대구에서 강세를 보였던 구상보다 반구상에 힘을 실었다.

몽환적인 풍경은 정체성 찾기와도 맞물렸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회의가 몰려올 때쯤에 경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렸고, 그 풍경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대구 출신이지만 주 활동 무대는 서울이었다. 구상 계열이 강했던 대구에서 동화같은 그녀의 화풍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화풍이 받아들여지는 서울에서의 활동에 주력하게 됐다.  “순수하면서도 독창적인 제 그림에 익숙하지 않아 하던 대구에서와 서울에서는 특이하다며 관심을 보여 주었어요.”

대구에서의 활동이 본격화 된 시기는 지난해. 갤러리 오모크에 초대전을 열면서다. 내친김에 올해 대구은행 달력 작가로 선정되면서 이제는 대구에서도 그녀의 화풍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신 작가는 대구은행과의 인연을 계기로 올해부터 대구에서의 활동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과의 인연인 대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올 한해 대구은행 달력과 전시를 통해 계속해서 좋은 인연으로 대구시민들과 만나고 싶어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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