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권 내고 도시락 받아 뿔뿔이…코로나가 바꾼 무료급식 현장 풍경
급식권 내고 도시락 받아 뿔뿔이…코로나가 바꾼 무료급식 현장 풍경
  • 조재천
  • 승인 2021.03.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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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판 대신 포장용기 등장
감염 우려 수저 제공 안해
희망교신천둔치무료급식
9일 오전 대구 남구 희망교 아래 신천둔치에서 시민들이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재단(희망의집)의 무료급식 도시락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350개의 도시락이 시민들에게 배부됐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료 급식 현장의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밥과 국, 반찬을 담아야 할 식판이 사라진 대신 포장 용기가 등장했고, 급식 현장에서 이뤄지던 식사도 수저가 제공되지 않아 이제는 각 가정에서 해야 한다. 급식자들이 늘어선 대기 줄은 ‘1개월 급식권’이 발급되면서 짧아지기 시작했다.

“어무이, 일로 오이소. 앞사람하고 거리 띄우시고예.”

9일 오전 10시 40분, 대구 남구 희망교 아래 신천 둔치. 무료 급식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시작된 대기 줄이 대략 300m 넘게 이어졌다. 사람들이 무턱대고 줄을 선다고 해서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월 말 발급되는 급식권이 없으면 차례를 기다린 보람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마음재단 희망의집은 매주 화·목·금요일 오전 이곳에서 350인분의 급식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급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이면서 감염 위험이 커지자 희망의집은 지난달 말 1개월 급식권 350장을 발급했다. 급식권을 받지 못한 사람이 줄을 서더라도 급식 제공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급식권 없이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못내 아쉬운지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는 “무릎 수술을 받고 2개월 만에 신천을 찾았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헛수고만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희망의집은 급식권이 있는 사람을 우선해서 급식을 실시하고, 정오까지 식사가 남으면 일반 시민에게 급식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급식권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지체 장애인, 노숙인을 대상으로 발급된다. 급식권을 지참한 이들은 밥과 소고깃국이 담긴 포장 용기와 마스크 한 장을 받아 들었다. 희망의집은 감염 전파를 우려해 급식 현장에서 식사할 수 없도록 수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급식자들 역시 한데 모이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

김정윤 희망의집 실장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어르신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무료 급식을 운영하는 하나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염 위험이 높아 급식 현장에서 오래 머물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참 무섭다. 어르신들은 편하게 식사를 못 하시고, 우리 입장에선 자원 봉사자와 후원자가 줄고 있어 모두가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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