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장관
국회의원과 장관
  • 승인 2021.03.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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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국회의원이 좋으냐, 장관이 좋으냐”고 묻는 말에 국회의원도 몇 번 하고 장관도 해 본 정치인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보다 좋은 직업이 없다”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특혜를 보면 그런 대답이 나올만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의원은 나라의 법률을 만들고 국가예산을 다루고, 정부부처에 대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한다. 법적으로 수많은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헌법기관이기도 하다.

우리는 정치인이라고 하면 국회의원을 연상한다. 이유는 국가의 주요정책을 만드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나 청문회 때 장관을 불러놓고 날 선 질문이나 질의를 하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본다. 정부부처에 뭔가 따질 일이 있으면 국회상임위는 수시로 장관을 불러놓고 목청을 높인다. 이 때 여당은 장관을 감싸는 말만 하고 큰 소리를 치는 쪽은 야당이다. 여당의 한자 與는 더불어 라는 뜻이다. 여당이 집권정부와 더불어 보완정치를 한다는 의미다. 권력분립체제에서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정부는 행정기관, 법원은 사법기관으로 상호 견제하면서 균형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이런 관계가 잘 형성되고 있는 나라가 진짜 민주주의국가다.

지금 한국의 정치·행정상황을 보자. 청와대정부는 권력의 막부로서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하고 정부부처를 총괄하는 정치행정을 하고 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대통령을 전문적으로 보좌한다는 측면에서 정부행정에 깊이 관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은택을 입은 충성파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또는 쉽게 비례대표제 의원이 되어 이들이 청와대와 조율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우리네 실정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여석을 차지하면서 자기들끼리 각종 법률을 만드는 모습은 의회민주주의를 떠나 ‘법률은 만능이다’라는 의회지상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1야당이 100여석의 의원을 가졌지만 여당단독으로 법률을 마구 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야당이 반대하는 법률을 그들 의사대로 통과시켜놓고 정부는 법대로 행정을 해야 함을 강조하면 민주주의는 없는 것이다. 법률공포권을 가진 대통령의 역할이 있는 둥 마는 둥 청와대정부와 여당국회의원이 한통속이 되어 국사를 마음대로 요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정부에 토를 달 정부행정기관이 존재 할 수 없고 정부공무원, 즉 관료들은 무사안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장관의 겸직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장관은 행정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국정을 논하므로 국무위원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직 국회의원을 장관으로 보임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국무위원을 쉽게 발탁, 임명 시 청문회 등 골치 아픈 과정 생략, 같은 이념을 가진 여당의원 발탁, 대통령의 권위 행사, 여당에 대한 선심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 중에서 장관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정치적 과욕 때문이다. 그들은 국회의원직에 충실하는 것이 지역민들에 대한 보응이란 것을 잊고 스스로 유력해서 선택되었음을 은근히 자랑한다.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치스팩을 늘리기 위해 장관이란 별을 다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정치성을 필요로 하나 장관은 업무와 관련된 산하조직을 관리해 나갈 행정력이 있어야 한다.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국회의원은 대부분 행정력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행정의 전문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국무위원 겸직 자체를 중시 하므로 책임 있는 정치, 안정된 행정을 할 수 없다.

한 유력한 장관 겸직의원은 “저는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자랑 하듯 말했다. 국회의원직을 중시하고 장관직을 부수로 여기는 말이다. 장관직에서 물러나도 의원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리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국무위원은 자기 출세의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잠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은 지금 다수당 국회의원의 나라가 된듯하다. “우리는 3년 남았다”라고 말한 것은 국회의원 수를 의식한 안하무인격 작태다. ‘한국에서 국회는 의원수가 말한다’라고 하면 잘못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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