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행복한 사회를 여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제언
[배종태 경영칼럼] 행복한 사회를 여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제언
  • 승인 2021.03.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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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지난 수 세기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구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문제들을 해결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문명의 도구들이나 시스템도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과학기술 발전은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서 출발한다. ‘왜 (why) 그럴까’ 하는 호기심이다. 여기서 시작된 탐구와 탐험이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기술혁신을 이끌고, 이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현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과학기술 교육도 호기심과 질문 능력을 기르는 것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

반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예기치 않았던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원자폭탄, 환경파괴 물질 등 혁신의 산물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는 재앙을 불러온다. 로봇 등 기술과 장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줄이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일부 영역에서는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 발전의 순기능이 역기능보다는 훨씬 크고,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신규사업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들은 과학기술 혁신의 발전방향과 추진전략을 두고 정책적·전략적 투자와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과학기술의 영역 중 특히 기초연구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나타나는 영역이다. 즉 투자기업이 기술혁신의 결과물을 개발자가 독식할 수 없는 (공유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기업들로서는 R&D 투자의 동기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시장 메커니즘에만 맡겨 둘 경우,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적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영역에서는 정부의 개입과 R&D 투자가 더 필요해지고, 또 정당화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연구개발(R&D)비는 89조원으로 규모면에서 세계 5위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64%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역사가 60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투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한 성장을 했으며, 과학기술투자의 성과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산업화 및 과학기술 발전의 역사가 환갑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그간의 급속한 국제환경과 사회변화 속에서 과학기술정책의 비전과 전략, 새롭게 추진하거나 강화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과학기술정책의 비전과 전략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외국의 기술을 모방하여 국산화하고,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한강의 기적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제 혁신의 패러다임이 ‘모방에서 혁신, 창조’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정책의 비전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적으로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의 좀 더 다양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향후 과학기술 발전의 미래비전은 ‘창조적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품격 있고,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비전 실현을 위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의 전략적 발전 방향을 기초원천연구의 강화 및 과학기술 발전의 고도화,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 및 사회 발전의 연계,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집행·평가 과정에 걸친 거버넌스(지배구조와 역할분담)와 프로세스의 혁신 등으로 생태계적 관점에서 설정할 필요가 있다.



◇ 과학기술이 만든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물론 과학기술자들의 영역만은 아니다. 국민들에 대한 과학기술 교육 강화와 과학기반의 사고 확산,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문화 등도 과학기술 발전의 건강한 하부구조와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과학기술 발전이 이끄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과제들이 선도적으로 발굴되고 효과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과학기술 발전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기초원천연구 및 전략부문 혁신 강화가 필요하다. 기초원천연구의 강화를 통해 과학기술 지식과 역량의 기반을 튼튼히 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 기후변화 등 전략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적 R&D 투자를 하면서 관련 분야의 창의융합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올 혜택(순기능)을 강화하고 비용(역기능)을 줄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이 경제·사회 발전과 연계되어야 하다. 즉 과학기술의 역할이 지식의 축적, 성장동력 창출, 일자리 창출, 사회문제 해결 등으로 다양화되어야 하고, 이러한 다양한 역할을 과학기술이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셋째, 이제는 과학기술 자체의 발전뿐 아니라 과학기술정책의 거버넌스와 과학기술정책 수립·집행·평가 프로세스의 혁신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와 민간 협력, 국제 협력, 산학연협력, 기술 사업화 등 여러 주체들의 협력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R&D 투자의 효과성과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이 만드는 미래의 행복한 사회가 성큼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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