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콘텐츠의 핵심, 사사(社史)와 백서(白書)
브랜드 콘텐츠의 핵심, 사사(社史)와 백서(白書)
  • 승인 2021.03.15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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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기업, 공공기관, 재단, 협회 등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사(社史)는 일반적으로 10년, 20년, 30년 등 10년을 주기로 만들어진다. 사사는 보통 기업과 기관의 시기별 역사와 주요활동에 대한 기록의 의미가 있다. 창업(창립) 당시 기업의 환경과 가치관이 무엇이었으며 이를 그들의 사업 분야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왔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사이다. 백서(白書)는 일부 기간, 특정 분야에 대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보고서의 역할을 겸한다. 사실 백서는 영국 정부가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발행한 공식 보고서로 표지가 백색이어서 백서라고 불렸다. (반면, 영국 의회에서 발행하는 경제·사회의 변경사항과 추이 보고서는 표지가 청색이라 ‘청서’라 불렸다.) 이를 모방해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기록문서를 백서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기록의 의미가 중요해지면서 사사와 백서에 대한 기업(기관)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사사의 경우, 기업의 특정 시간을 고스란히 담은 작업으로 켜켜이 쌓아온 시간의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시간을 갈무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사라져버린 기록이 많아 이를 기억하는 구성원(또는 외부인)이 많지 않은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다. 기업이 성장해 온 시간과 그 시간 위에 함께한 환경에 대한 입체적인 조명도 중요하다. 이렇게 기업 내부의 자료 조사와 관계자의 인터뷰만으로 기업의 역사를 정확하게 구성해 서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사 편찬에 1년(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을 필요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서사구조를 꾸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사는 아날로그 형식인 책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e-book이나 CD의 형태로 디지털화하기도 하지만 기본은 책이다. 때문에 ‘독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사 발행의 목적을 보더라도 사사는 기업의 역사적 사료의 정리와 내부 구성원의 소속감 고취, 그리고 대외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다. 그 때문에 독자를 위한 콘텐츠 표현 방법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가독성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서사의 구조와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작가의 필력이 힘을 더한다. 또 기업의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구성과 디자인에 대한 고려 또한 중요하다는 말이다.

백서는 사사와 또 다른 작업이다. 특정 기간,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보고서의 성격을 띠는 백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일차적인 자료가 대부분 갖춰져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분석하는 능력이다. 방대한 자료를 체계화시키고 정리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로 이러한 이슈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은다. 여러 전문가는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해당 이슈를 분석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러한 전문가를 섭외하고 그들의 의견을 같은 톤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끌어내는 집필자의 필력이 중요한 사사와는 달리 백서는 확보된 자료의 이해와 이를 구조화시키는 기획, 그리고 하나의 톤으로 글을 묶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또 사사와 마찬가지로 독자의 읽기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감성적인 전달보다는 이성적인 전달을 위해 디자인 요소를 과감히 줄이고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다. 또 서술된 정보의 직관적인 전달을 위한 정보디자인과 인포그래픽에 대한 계획 또한 필요하다.

사사와 백서는 각각의 목적이 다르므로 해당 형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이를 목적에 맞게 구조화하는 작업으로 보자면 유사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집필자와 편집자만 있으면 가능한 단행본 출판과는 개념이 다르고, 기업의 홍보를 대표하는 사보나 브로슈어와도 다른 작업이다. 오히려 기업의 역사 또는 특정 주제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 콘텐츠의 집합체이므로 가장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이며 기업과 브랜드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결과물이다.

사사와 백서를 대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규모가 있는 대행사라 하더라도 한 해에 편찬할 수 있는 규모는 사사 2편, 백서 3편이 최선이다. 특히 대구시의사회의 코로나19 백서와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 코로나19 백서 작업은 말 그대로 사명감으로 진행한 작업이다. 대구에서 발생한 미증유의 상황에 대한 기록 중에서도 대구시의사회의 활동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 운영에 대한 기록을 직접 진행한 경험은 역사의 한순간을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렇게 사사와 백서는 해당 기관의 기록유산이자 역사이며 발간을 담당한 개인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자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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