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극복은 부실대학 퇴출이 우선돼야 한다
지방대 위기극복은 부실대학 퇴출이 우선돼야 한다
  • 승인 2021.03.16 20: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승현 사회2부장
지방대학의 위기가 현실화 됐다.

수도권 선호현상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10여년전 부터 지방대학 위기설이 돌았지만 올해 대구·경북권 대학(2년제·4년제 포함)중 추가모집까지 해서도 입학정원 100%를 채운곳이 한 곳도 없다.

매년 지방대학 위기라고 얘기는 했지만 실제 대구·경북 대학 중 충원율 100%를 단 한 곳도 채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나마 대구·경북 지역 대학들은 추가모집 결과 80~90%대의 충원율을 기록, 타지역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두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조사한 2021학년도 대학 추가모집 지원 현황에 따르면 최종 추가 N차 모집을 시행한 대학 130개교 중 경쟁률 미달인 대학은 77개교였다. 특히 추가 모집인원이 100명 이상이면서 지원자 0명인 대학도 2개교나 나왔다.

올해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 200곳 가운데 신입생 미달 규모가 100명 이상인 대학이 30곳이 넘고, 이 중18개 대학은 미달 규모가 200명 이상이면서 정원의 10% 이상 신입생을 뽑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대학의 미달 인원(6천812명)은 작년(491명)의 14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문제는 갈수록 학령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2024년 43만명, 2040년엔 현재의 절반인 28만명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든다. 2021학년도 4년제와 전문대학의 모집정원이 55만5천774명을 감안하면 정원 감축이나 부실대학 정리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대규모 미달사태에도 좀비대학의 생존은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올해 추가모집을 통해 학생을 유치한 지역 4년제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을 모집하긴 했는데 한글이나 제대로 알려나 모르겠다""이공계에는 수학 미·적분이 나름대로 중요한데 해당 섹터에서 0점을 받은 학생이 입학, 수학을 기초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등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 올해 수능을 친 학생 중 지역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취업 유망학과에 복수 지원해, 전문대 취업유망학과는 불합격하고 4년제 대학 2곳에 복수합격한 학생이 많다는 후문이다.

수능을 치지 않은 학생, 내신 9등급 중 9등급을 받은 학생을 받아들이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일선고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즉 인문·실업계를 망론하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을 갈수 있으니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해야 대학에 갈수 있다','4년제는 연구·학문, 2년제는 실습'이라는 공식이 깨어지면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실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과거 박근혜 정부때는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대학들의 모집정원을 5만여명 줄였지만 최근에는 강제성을 띠지 않아 부실대학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 대학들은 학생수가 아무리 줄어도 입학 정원의 50%만 채우면 유지할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경제적으로는 성공, 대학교수 명함이 필요한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연봉과 관계없이 채용만 해달라는 지원자가 많다고 한다.

지역 대학 고위관계자는 "교수, 시간강사라도 채용해달라는 지원서가 매학기 한 박스가 넘는다. 연봉에 관계없이 명함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며 "대학들도 이런 지원자가 많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을 채용, 취업율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포기한 대학들도 상당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삼 정부시절 대학설립이 쉬워지면서 2년제와 4년제 대학들이 400여개가 넘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선호현상이 지속되는데 부실대학·좀비대학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건실한 지방대학까지 동반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지방대학이 살기 위해서는 부실대학들의 퇴로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 설립 후 오랜 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도 설립자에게 설립당시 금액의 일정분을 지급해 자발적으로 대학이 문을 닫게 해야 한다.

중소도시의 경우 한 두개 있는 대학을 없애면 중소도시의 지역경제가 파탄날거라며 정치권을 등에 업고 목숨만 연명하다시피 하는 대학들도 과감하게 정리할 인센티브를 주면서 자발적 해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방대학을 위해 학교건물의 수익사업 허용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과감한 지역인재 할당제가 요구된다. 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교수와 직원·졸업생·학생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생각만큼 녹녹치 않다. 부실대학이 스스로 해체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한 그나마 제대로 된 지방대학이 생존, 지역발전과 고학력 청년 실업을 막을 수 있는 길이 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