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갤러리 전속작가 최형길展
키다리갤러리 전속작가 최형길展
  • 황인옥
  • 승인 2021.03.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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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형상 가득 채운 집 패턴
‘부의 상징’ 집으로 욕심 표현
살기 위한 현대인 숙명 은유
최형길작-goinghome
최형길 작 ‘going home’
 
최형길작-MrKim은오늘도달린다
최형길 작 ‘Mr.Kim은 오늘도 달린다’

대한민국에서 집은 주거 기능을 넘어 부의 상징이자 욕망의 화신으로 통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집 한 채 장만하기 위해 평생을 종종 걸음 치며 살아간다. ‘집’은 최형길 작가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자화상이자 그가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핵심 메시지다. “현대사회에서 집은 큰 돈을 의미하는 상징물이자 평생 갖고 싶은 대상이다. 그 집을 가지고 현대인의 자화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현대인의 자화상은 ‘미스터 김(Mr. Kim)’과 ‘미스 김(Miss. Kim)’ 캐릭터로 구체화된다. ‘미스터 김’과 ‘미스 김’은 회화와 조각으로 표현된다. ‘미스터 김’은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넥타이를 휘날리며 상쾌한 아침 바람 속을 내달리는 남자이며, ‘미스 김’은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빨간색 핸드백을 메고 태양을 등지고 달리는 여자다. “가족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출근길에 오르는 남자와 여자를 경쾌한 캐릭터로 표현했다.”

최 작가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지만 의외로 명민하다. 캐릭터의 서사나 시각적 구조가 꽤나 야무지다. 그는 부의 상징인 ‘집’을 캐릭터의 몸속에 직접적으로 장착한다. 몸의 윤곽을 드로잉하고, 몸속을 구조적으로 연결된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축소된 집으로 장식한다. ‘미스터 김’을 부의 상징이자 욕망의 대상인 ‘집’의 화신으로 형상화한 것. 이는 추상적인 특질을 ‘집’이라는 대상을 통해 구체화하고 유형화한 명민함의 대표적인 사례다. 더러는 욕망의 상징이 ‘집’이 아닌 ‘자동차’나 ‘시계’로 대체되기도 한다.

집은 몇 가지 패턴들이 무작위로 연결되어 구조화된다. 개인주택이나 빌라 등 주로 눈높이에 들어오는 집들이 채택된다. “캐릭터 속에 그려지는 수많은 집들은 집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와 같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부를 향한 열망이 ‘미스터 김’에 상징화 되어있다.”

‘미스터 김’과 ‘미스 김’의 모습은 밝고 경쾌하다. 하지만 작가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밝아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짠함이 있다”는 것. 달리는 남녀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대인의 무거운 숙명에 대한 은유였다. 밝은 캐릭터들 속에서 간혹 발견되는 웅크린 거인은 부를 향해 불나방처럼 불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현대인의 고뇌를 직설화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결국 그의 서사는 은유와 직설이 뒤섞인 견고한 ‘의미의 성’인 셈이다.

“욕심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안 살면 살 수도 없지 않나? 많이들 그렇게 살고있지 않나?”

가족이 함께 달릴 때도 있고, 남자 또는 여자 혼자 달리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묘하게 익숙하다. 익살스러운 모습이나 과장된 몸짓에서 번뜩이고 떠오르는 매체가 있다. 만화다. 사실 그는 만화지망생이었다. 군에서 만난 만화가의 영향으로 만화가 화실에서 스텝으로 일하다 기초를 다지기 위해 화가의 화실에 다니면서 화가로 돌아섰다. 애당초 시작이 만화여서 자연스럽게 회화 작품에 만화적인 요소가 스며들었다.

“만화 스텝 할 때 주인공을 제외한 배경을 그렸다. 그 배경에 건축물이 많았다. 회화 속 주인공이 만화 캐릭터와 흡사하고, 집을 주로 그린 것은 그때의 기억이 작용한 결과다.”

작업 초기에 인물을 그리다가 ‘미스터 김’ 캐릭터로 굳어진 것은 13년 정도 됐다. ‘미스터 김’도 지난 13년간 두상이나 포즈 등에서 변화를 거쳐왔다. 13년이라는 시간이 무겁게 느껴질 때 쯤에 “이제는 변화를 해야 하나” 싶다가도 “꼭 변화를 해야 할까”라는 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만 아직은 ‘미스터 김’에 빠져있는 것이 행복하다. 아직 ‘미스터 김’을 통해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펜과 연필, 캔버스와 수채화 종이 등 재료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적지 않고, 캐릭터의 포즈도 더 연구할 것들이 있다. 소재에서도 집이나 차 외에도 입체적인 대상을 물색 중이다. “수많은 의미와 형태의 구축을 통해 매일 벌어지고 있는 우리 일상의 한 장면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싶습니다.”

키다리 갤러리 전속작가인 최형길의 키다리갤러리 전시는 19일까지다. 그는 이후 4월에 BAMA(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 참가하고, 5월에는 2021 ART(아트 레볼루션 타이페이)의 초대 작가로 선정되어 처음으로 대만 아트페어에 참가하게 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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