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삶
품위있는 삶
  • 승인 2021.03.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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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페스트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품위입니다.”

까뮈의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구절이다.

역병과 싸우는 의사 리유는 품위가 무엇인가라는 신문기자의 질문에 ‘본분을 끝까지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일상을 마비시키는, 통제할 수 없는 죽음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해졌다. 그 가운데 이제까지 우리가 지키려고 노력해왔던 많은 것들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현장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자니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다.

한발 한 발 앞으로 어렵게 디뎌온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코로나 19팬더믹이 가져온 새로운 일상 앞에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했다.

식당을 이용하기 힘들어지니 배달이나 테이크 아웃이 많아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그로 인한 문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치솟는 집값은 이러다 나만 거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부동산 정보에 기웃거리게 한다. 까페에서 차마시는 휴식시간에도 남녀노소, 너나 없이 부동산 투자 얘기하고 주식 정보 나누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부동산 투기는 안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투기로 집을 사고파는 노력 자체도 건전한 투자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사고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누구든 관심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갈 것이니 돈이 돈을 낳는 세상이다.

부동산 불평등 해결 못 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부동산 불평등이 심각하다는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도대체 정부는 뭐하고 있냐는 불만이 가득하다. 아니 정부가 관심 가질수록 시장이 커진다고 믿는다.

이렇듯 길을 찾기 힘든 가운데 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는 보도가 난무하다. 아니다. 이건 투기가 아니라 부정이다. 투기는 우연히 발생하는 가격변동에 의해 차익을 얻는 위험요소가 있는 행위지만 이 경우는 사전정보에 의한 비리다.

인간의 본성을 무작정 믿을 수 없기에 이를 견제하는 다양한 시스템이 있을건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순진하게 생각하면 정부 시스템도 관리도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대구의 한 시민이다.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생존권의 위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주택은 향후 수도권에 비해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집을 팔고 동일한 가격의 서울 집을 취득해야 한다. 이는 투기적 이익이 아니라 내 자산을 지키는 방어적 목적이다. 누가 나를 욕하랴?”

지인의 말이다. 내가 가진 집을 팔아 서울에 사 두면 같은 시기에 두 배로 오를것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수가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강력한 제재, 조세제도의 개편과 함께 우리 모두가 품위있는 시민이 되어야 해결되지 않을까? 제도를 아무리 바꾸어도 편법은 늘 존재하기에 대다수의 시민이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욕심을 누를 때 가능할 것이다.

품위는 한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행위다.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의식을 가지고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는 악셀하케의 글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 책무를 일깨운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더믹은 우리가 서로 돕고 사는 존재라는, 건강한 정신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가 가진 본성이다. 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시대를 견뎌온 선조들이 물려준 유전자다. 거대한 위험 앞에서 더 힘든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 더미와 덩치도, 가격도 오르기만 하는 아파트를 보며 절망하고 있다.

사회적 박탈감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대구에 사는 부모로서, 서울 사람들에 비해 능력없는 부모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품위다.

품위는 이 사회에 대한, 타인에 대한 개인의 책무를 잊지 않는 일이다. 공동체를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은 서로 연대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자. 품위있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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