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감정을 분리하는 습관
사건과 감정을 분리하는 습관
  • 승인 2021.03.1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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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남이 보면 뭐 그렇게 걱정할 거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정작 걱정을 하고 있는 당사자에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걱정일 수 있다. 그런데 걱정이란 걸 오래 하다 보면 우리 몸이 아프게 된다. 그리고 나아가 그 걱정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되면 아픈 몸에 걱정까지 덧칠되면서 몸도 아프고 마음까지 아픈 지경에 이르게 된다. 마음이 몸을 병들게 하고 다시 몸이 마음을 약하게 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럴 때 사건과 감정을 분리하여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인도영화 중에 ‘세 얼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 란초(아미르 칸)가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주문처럼 “알 이즈 웰”이란 말을 사용한다. 이 말은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인 “All is well”을 뜻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란초가 “알 이즈 웰”을 자주 사용하게 된 이유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살던 마을에 도둑이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항상 도둑이 들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가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도둑은 마을 사람들의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유령처럼 물건을 훔쳐 가곤 했다. 그래서 그 마을에 야간순찰을 하는 경비까지 채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경비는 항상 야간 순찰을 돌면서 큰 소리로 “알 이즈 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경비가 밤마다 외치는 말을 듣고 사람들은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도둑은 들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도둑은 물건을 훔쳐 갔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들려주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경비가 없었을 때에도, 경비가 순찰을 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도둑이 드는 것은 동일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걱정 없이 잠은 편히 잘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 말을 하며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의 마음은 겁이 많아서 그 마음을 속일 필요가 있지. ‘알 이즈 웰’을 외치고 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지 모르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는 얻는다니깐” 그렇게 말하는 주인공 란초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정말 그렇다. 어떠한 일의 사건은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그대로 진행이 된다. 물론 고민하여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밤새워 고민을 해서라도 해결을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일, 혹은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일이라면 사건과 감정을 따로 분리해서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신경을 쓰지 말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감정 부분을 따로 분리해서 통제할 수 있는 곳에 에너지를 더 쏟아 주는 것이다. 만약 시험을 치고 결과가 일주일 뒤에 발표된다고 해보자.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간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득이 될까? 아니면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오니 그 사건의 흐름은 흐름대로 두고 기다리는 일주일의 시간 동안 초조함을 없애고 다른 곳에 긍정의 에너지를 쏟는 것이 더 이득이 될까? 사건은 사건대로 진행되도록 놔두고 자신의 감정 부분은 따로 다뤄줘야 한다. 초조하게 있는 것보다는 “잘 될 거야. 좋은 결과 있을 거야” 하고 마음을 다스려 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마음은 한결 편해져서 잠도 잘 자고 평상시 생활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도 이 방법을 삶에서 적용을 해보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도로 옆 무인 단속 카메라가 있는지 모르고 속도가 높게 나온 상태로 지나는 경우가 어쩌다 있다. 지나고 나면 카메라를 발견하고 속도를 줄였지만 영 찜찜하다. 그럴 때 사건과 감정을 분리해 보는 습관을 가진다. “속도가 높아서 단속되었다면 며칠 뒤 교통 범칙금이 나오겠지. 아니면 안 나올 수도 있고. 그럼 그때 가서 속상해하든지 돈을 아까워하든지 하자. 지금은 잊어버리고 원래 내가 가던 길을 가자”라고 생각을 해버린다. 그러면 원래 가던 길을 편안하게 갈 수 있고 범칙금이 나오기 며칠 동안은 잘 지낼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사건은 사건대로 감정은 감정대로 따로 분리해서 다뤄주자. 마음 편한 삶이 최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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