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이탈
  • 승인 2021.03.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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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눈앞에 아지랑이가 전신을 간질이는 운전 중

저 만큼 트럭 적재함에서

나처럼 졸던 포대기 뭉치

느닷없이 떨어지며 확 달려 든다

정신이 번쩍 들어 제동하여 간격수습을 했는데

행방을 분간 못하는 포대 뭉치는

종주를 다한 굴렁쇠 되어

뒤뚱 거리며 거친 숨 몰아 쉰다

모습을 보며

수 천리를 이동하는 저 초원 대평원에서

무리에서 이탈된 세링게티의 어린 얼룩말이

이 도로를 걸어가야 하는

운명을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것들과 가장 먼저 멀어지는 것

진짜와 가짜

안과 밖

소속과 이탈에 대해

근육은 켜켜이 지층이 되었다

* 진정한 생은

이것들을 다 받아드리는 순간부터 시작 되었다

*공지영 소설 도가니에서 차용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세링게티의 어린 얼룩말과 포대뭉치를 하나의 선상에 두고 글을 쓴 시인의 내공을 보게 된다. 또한 딱딱한 단어가 시어로 변해가면서 행간에서 배열된 모습을 보며 딱딱 들어맞는 조립의 희열을 맛보는 것과 유사하다. 결국 근육(자아)의 수용으로 적응되어가는 모습에서 의연함을 느끼는 것은 분명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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