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긁어낸 문자…무엇이 보이나요
칼로 긁어낸 문자…무엇이 보이나요
  • 황인옥
  • 승인 2021.03.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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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아트피아, 이정 후원전
문자 넘어 마음 꿰뚫어라 말해
갤러리 벽 활용한 설치 20여점
이정작-불립문자
이정 작 ‘ 불립문자’

이정 작가 후원전이 21일까지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는 ‘不立文字(불립문자)’. ‘불립문자’는 언설과 문자의 형식과 틀에 집착하거나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불교교리다. 문자에 집착하기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고 깨닫는다는 뜻을 지닌 불립문자를 선종(禪宗)에서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하여 언어나 문자(경전의 문구나 스승의 말씀)는 깨달음의 방편이거나 수단일 뿐이라고 한다. 진리는 언어나 문자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문자를 떠나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서 본성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며 경전의 문구 등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선종의 자유로운 태도를 표방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정 작가는 불립문자의 사전적 의미를 직시하면서 서예가가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 그 의미를 끌어당긴다. 서예는 문자가 바탕이기에 형식상으로는 여느 예술장르보다 단조롭다. 시대가 흐르면서 의미 전달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작가는 이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예를 언어로 이해하기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통하기를 바란다. 보이는 그대로 또는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내재되었다.

이정 작가는 문자를 칼로 긁어내거나 지우는 행위 등을 통해 자신의 바람과 의지를 실천한다. 이정 작가는 ‘불립문자’, 즉 ‘문자를 세우지 않는다(문자를 떠난다)’의 의미를 행위로 나타낸다.

이번 전시에는 수성아트피아 멀티아트홀의 공간 벽면을 이용하여 20여 점의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며, 평면위에 부조형식(갑골, 암각화)의 전각기법을 가미하여 다양한 서예의 표현기법을 보여주고자 한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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