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과 가덕도 신공항
국책사업과 가덕도 신공항
  • 승인 2021.03.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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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 계열장·경영학 박사
오랜 세월, 논란의 중심에 있던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이 지난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와 국토부장관까지 대동하고 가덕도 현장을 방문하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독려한 다음 날, 여야 의원 대다수가 찬성하여 일사천리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여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승리를 위하여, 야당은 반대에 따른 지역 민심의 역풍이 두려워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2016년 전 정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하여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을 불과 5년 만에 뒤집어 버렸다. 당시 영남지역 5개 지자체 단체장들의 합의하여 서명까지 한 사안임에도 한순간에 번복되어 버린 것이다.

이 법안은 신공항의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면서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도 면제 또는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며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을 단 사흘간 형식적으로 심사하여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죽하면 국토교통위원회의 민주당 의원조차 상임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실시설계가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라는 비판 발언이 나왔을까? 국민의 절반 이상도 가덕도 신공항특별법 통과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하여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53.6%가 특별법 통과에 대해‘잘못된 일’이라고 답변하였으며‘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특히 신공항 당사자인 부울경 지역에서도‘잘못된 일’이라는 부정적 답변이 무려 54.0%에 달했다. 통상 대규모 국책사업은 장시간 충분한 사전 연구·검토가 필수적이며 특히 신공항 건설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으로 지역균형발전, 공항의 경제성, 안전성과 환경적 변수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정밀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신공항은 무조건 가덕도’라며 묻지도 답하지도 않고 입지부터 확정 지었다. 가덕도는 지난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수행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증 용역’에서 김해공항 확장과 밀양 신공항에 이어 최하위에 그치며 공항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이미 검증되었다. 당시 장 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엔지니어는“가덕도는 자연적인 공항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고 건설비용도 많이 들며 건설 자체가 어렵고 접근성도 문제가 된다”고 설명하였다.

정치 논리와 항공 수요 예측을 잘못하여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 과거의 실패한 공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는 고사하고 국책사업이 정치와 결부되여 끊임없는 실패가 반복되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며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1989년 5공 실세였던 군부 인사의 지역구에 개항했다가 수요부족으로 2004년 폐쇄된 예천 공항, 2003년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의 지역구에 건설했다가 취항도 하지 못하고 비행훈련원으로 용도 변경된 울진 공항, DJ 정권의 실세로 당 대표를 지낸 인물의 지역구에 건설된 무안국제공항은 한때 텅빈 활주로에 인근 주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말리는 장면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가덕도 신공항은 기존의 실패한 공항과는 달리 부산, 경남이라는 거대한 배후 도시가 있으며 기존 김해국제공항의 항공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하기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십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인 공항 건설을 보궐선거 한달 반을 앞두고 졸속 처리한 가덕도 신공항특별법은 선거 공학적이란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특히 주관부서인 국토교통부조차 국회 교통위에 제출한 검토 보고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안전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등 7개 전 항목이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였다. 논의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은 차치하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공항 기능의 최우선 전제조건인 안전성과 막대한 비용 소요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덕도가 외해(外海)에 위치해 공항 건설 시 난공사와 대규모 매립, 부등 침하가 발생할 우려가 크며, 진해 군 비행장과의 공역 중첩, 김해공항 관제업무 가중 등으로 인한 항공 안전사고의 위험, 태풍 길목의 지리적 위치, 해무 등 안개일수와 해양 생태환경 1등급 지역의 훼손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더구나 바다 매립으로 인해 천문학적 공사비가 소요될 것은 당연하다. 혹자는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세력이 지역 토건업자이며 가덕도 신공항 공사 비용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고 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토목공사 하청으로 일시적 대박을 꿈꾸는 부경지역 건설업체가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경제를 살릴 호재인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기업과 지역 언론의 편협한 이기주의와 집단 기만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시민과 나라 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문제점을 질타하였다.

국토의 균형 발전과 항공 수요의 증가에 따라 공항이 필요하면 건설되어야 한다는 명제는 누구나 동의하며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충분한 안전성을 담보로, 보다 경제적이며 합리적일 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당은 1년짜리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올인하지 말았어야 한다. 집권당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보궐선거에서 차라리 후보를 내지 않고 진솔하게 사과하는 편이 오히려 더 당당하며 장기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특별법까지 만들며 정권 차원에서 올인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우려하던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며 이는 현 정권 스스로가 레임덕을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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