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선거
어글리 선거
  • 승인 2021.03.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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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양태를 보면서 선거의 어글리(ugly)를 생각해 본다. 참 민주주의의 가치는 지도자를 선거로 뽑는데 있다. 선거에는 후보자와 선거권자의 정치이념이 담겨 있으며 후보자간의 경쟁은 그 이념을 현실화 하려는 극단적인 노력이며 투쟁이다. 선거를 국민들을 위한 제도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정당이나 정치인이 자기조직과 개인적 출세를 공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라고 하면 틀린 말일까. 선거 직으로 당선된 후보자는 상당한 정치적·사회적 보상을 받기 때문에 어느 선거든 선거전은 뜨겁기 마련이다. 선거에서 개인적 탐욕을 억제하지 않으면 여러 후유증이 생긴다.

미국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보인 어글리한 행태는 민주주의의 길라잡이 미국을 선거 수치국으로 만들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다. 정당 또는 다수의 정치인은 선거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서 여러 형태로 선거권자인 국민들을 호도하고 이용하는데 이골이 나 있다. 투표는 일회용이지만 당선자는 임기동안 상당한 권력과 명예 등을 누릴 수 있으므로 살기 죽기로 선거에 매진한다. 직업적인 정치인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정당은 이념이 같은 정치인의 공동체로서 정치인의 선거를 돕고 선거에서 다수인의 당선자를 내면 정권의 중심체가 된다.

4·7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교묘하게도 두 시장 자리가 전임자의 성추행문제로 비어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그 지역민들이 조용히 인물을 뽑으면 되지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그 무게로 보아 내년 대선의 전초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알다시피 민주당은 180여석의 의석으로 청와대와 더불어 국정을 맘대로 요리하는 위치에 있다. 양 도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대선 승리도 가능하여 정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야당이 서울시장 단독후보를 내기 위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야당 후보로 결정되었다. 만일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고 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3자 투표에서 여당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어 준다면 두 야당 후보는 국민의 배신자가 되어 정치인으로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단일후보를 꼭 낼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많았다. 선거 때 마다 대통령의 인기도 덕분에 재미를 본 민주당은 지금 고민에 쌓여 있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35% 이하로 뚝 떨어지고 당장 LH 부동산 투기사건이 선거의 큰 악재로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는 박 전시장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당한 인물이 기자회견을 하고 난후 선거 켐프의 주요 지원인물이 한꺼번에 물러나는 일이 생겨 심란한 지경에 있다. 선거 분위기가 심상했던지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 전 시민에게 디지털 화패로 10만원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의 예산에서 1조원을 쓰겠다고 한다. 기발한 착상이긴 한데 후보자는 코로나 재난 위로금이라고 말하겠지만 무슨 명목으로 위로금을 줄 것인지 구체성이 없다.

현재로선 서울시와 아무 관련이 없는 시장 후보자가 서울시의 예산을 쓰겠다고 하는데도 서울시의 어느 누구도 말 하는 사람이 없다. 서울시의 재정은 서울시장이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꼭 주고 싶다면 선거전에 준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당선 후에 조용히 줄 수도 있을 것인데 좀 서두르는 것 같다. 공짜로 10만원씩을 준다고 하면 서울시민들은 무조건 표를 막 줄까.

공직선거법 제118조는 후보자와 후보자의 가족 또는 정당의 당직자는 선거일후에 당선되거나 되지 아니한데 대하여 선거구민에게 축하 또는 위로 그 밖의 답례(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박 후보가 서울시민에게 한 10만원 약속은 118조 해당 사항이 아닌지 모르겠다. 연이어 여당 후보는 서울시민들에게 유치원 무상급식을 또 약속 했다. 보편적 퍼주기식 어글리 선거공약이다. 어글리 행각으로 시장 자리를 내 놓은 두 정치인도 그렇지만 4·7 선거가 어글리로 치닫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선거는 어글리지만 어글리 시민이란 말은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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