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상상과 화려한 색채 사이 행복이 ‘넘실’
신나는 상상과 화려한 색채 사이 행복이 ‘넘실’
  • 황인옥
  • 승인 2021.03.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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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 갤러리서 김동욱展
도로 달리는 자동차 모습 등
미국 유학시절 추억 형상화
실내외 일상풍경 동시 병치
판화·회화 병행 세계관 확장
원근법 구사 다양한 시도도
김동욱작-카페테라스
김동욱 작 ‘카페테라스’
 
김동욱작-추억을더듬어보세요
김동욱 작 ‘추억을 더듬어 보세요’

사람마다 각인된 인생 풍경은 제각각이다. 슬픔으로 점철된 흐린 이미지나, 눈부시게 행복한 순간, 그도 아니면 덤덤한 회색빛 풍경 등 다양하다. 작가 김동욱의 인생 풍경은 20대 초반의 일상이 압도한다. 정확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술아카데미대학교(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자잘한 일상 속 풍경이다. 작가는 미국에서의 대학생활 중에 눈과 마음에 담았던 행복했던 일상을 밝은 색채와 청춘 특유의 감각적인 정서로 작품에 녹여낸다. “20대 초반의 청춘을 보낸 지역이라 자연스럽게 샌프란시스코의 풍경과 색채가 묻어납니다.”

국내에서 판화 작업을 만나기는 흔치 않은데, 특이하게도 김동욱은 판화 작품만으로 개인전을 꾸려왔다. 201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DGB 갤러리 개인전까지, 모두 판화 작품으로만 승부수를 던졌다. 판화를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국내미술 대학의 토양이 국내 작가들과 판화와의 거리를 멀게 했지만, 판화와 회화를 병행하는 미국의 미술문화 속에서 공부한 김 작가에게 판화는 작가적 역량에 날개를 달아주는 확장성이 큰 매체로 인식됐다.

“샤갈이나 피카소, 앙리 마티스나 앤디워홀 등 서양의 유명한 화가들은 다 판화를 병행했어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저 역시 그런 문화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었고, 판화가 저의 감수성과 잘 맞아 판화 작업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김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섬유 디자인을 전공했다. 섬유의 문양이나 패턴 디자인에 잠시 몸담았다가, 판화 작업으로 넘어왔다. 주로 풍경을 판화기법으로 표현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섬유 디자인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작업 초기에는 추상으로 시작해 지금은 반구상으로 뿌리를 내렸다. “섬유 디자인적인 요소가 판화로 자연스럽게 흡수되었어요.”

그가 구사하는 판화 기법은 실크스크린으로, 공판을 이용한다. 나무나 금속의 테에 붙인 비단·나일론·테트론 등의 가는 구멍을 통해 스퀴지로 잉크나 물감을 밀어 인쇄한다. 종이·천·플라스틱·목재·금속판·돌·도자기·유리 등 어떤 종류의 물건에도 인쇄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1960년대 이후 많은 작가들이 활용하고 있다.
 

실크스크린을 채택한 이유는 실크스크린이 가진 높은 확장성 때문이다. 판에 물감을 붓고 밀거나, 판 위에 특정 지점에 붓으로 물감을 바르고 여러 번 미는 등 판화 실크스크린 제작 과정은 다채로웠으며, 기법상의 자유로움은 그에게 희열을 선사했다. 실제로 그는 이런 기법들을 작품에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

그가 “박사과정 재학 중에 다양하게 실험적인 기법들을 구사하고 싶다”고 했다. “색면회화처럼도 할 수 있고, 질감을 넣을 수도 있고, 색면회화처럼 하되 여러 가지 물감을 섞어 추상처럼 표현할 수도 있어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죠.” 그는 현재 경북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작업의 소재는 그가 보냈던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상 풍경이다. 그가 좋아했던 장소나 자주 같던 공간, 특별한 추억이나 기억이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인물(작가 자신)과 강아지 등이 화면에 배치된다. 풍경은 실내와 실외를 아우른다. 최근에는 실내 풍경에 창밖 풍경으로 실외 풍경을 그리는 식으로 한 화면에 실내와 실외 풍경을 동시에 병치한다. 한 화면에서 실내외의 풍경을 모두 보게 하는 방식에서 그는 재미적인 요소를 발견하고자 한다.

“재미있고 행복한 풍경은 제 작품이 추구하는 지향점입니다.”

작품에서 일러스트적인 느낌도 없지 않다. 일상 풍경이기는 하지만 상상의 기지가 발휘된 결과다. 화면 속에 비현실적인 구름 형상이나 하늘 위 실루엣으로만 표현된 남자와 강아지의 모습에서 미소가 번지고,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변 들판 풍경은 동화 속 이미지처럼 달달하다. 모두 상상의 산물처럼 현실 너머의 풍경처럼 묘사됐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채 역시 일러스트 느낌을 부추긴다. 현실 속 색보다 대상에서 느낀 작가의 감성적인 인상이 비현실적이면서 다채로운 색의 유영으로 표현된다. “20대 초반 행복했던 저의 흔적들을 더듬으며 세상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 평화로운 화면을 표현하고 있어요.”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작가로 등단한지 3년 정도 됐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은 30년 못지않다. 다양한 시도와 변화로 작품세계의 확장이 눈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회화를 병행하고 있다. 그가 “판화에서 느끼는 아쉬움이 판화에서 해소되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회화는 직접적인 반면에 손맛을 느낄 수 있고, 판화는 계획적인 반면에 우연성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는 이야기였다. “판화에서도 색면회화적인 느낌을 충분히 구사할 수 있지만, 붓의 질감은 또 다른 영역의 감성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원근법을 적극 끌어들여 또 다른 변화도 시도한다. 르네상스 때부터 이어져 온 원근법이 현대미술에서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원근법을 수용한다. 원근법의 채택으로 평면적인 화면에 풍요가 찾아왔다. “창밖 풍경이나 실외 풍경에 원근법이 들어오자 화면은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어졌어요.”

많은 작가들이 동시대의 이슈에 참여적이다. 평화로운 자신의 일상을 그리는 김 작가의 화면에서 “사회참여적인 면모가 있을까” 싶지만, 그는 “나 역시 동시대를 반영한다”고 언급했다. 힌트는 바로 화면 속에 있다. 개(Dog)다. 그는 작가 자신과 개를 동시에 등장시키며, 개가 단순한 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그려낸다.

그는 “개가 그림에 인간의 친구로 등장하는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개는 반려동물로 대한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며 “나는 작품에서 강아지를 대하는 현대사회의 문화를 작품에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강아지를 통해 동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작가의 26일까지 DGB 갤러리에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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