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두고 보고 싶었던 꽃, 더 유심히 관찰한 화가들
가까이 두고 보고 싶었던 꽃, 더 유심히 관찰한 화가들
  • 윤덕우
  • 승인 2021.03.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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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온의 민화 이야기] 화훼도
다양한 소재와 결합
생명력의 기운이 응집된 꽃
쌍을 이룬 새는 부부애 의미
벌·나비는 음양화합 뜻 내포
 

옥잠
신명연 산수화훼도 첩 1864년 제작, 견본채색, 가로 19.0~25.0cm X 세로 29.7 ~2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바야흐로 춘삼월 꽃 피는 봄이 돌아왔다.

이미 개나리를 흐드러졌고, 곧 벚꽃이 와장창 필 것 같다. 이미 뉴스에는 제주도는 벚꽃이 화창하다고 전했다.

지금에 피는 봄꽃은 기나긴 추위를 견디고 피는 터라 더욱 반갑고, 그 기간이 아서 아련하다. 그렇기에 봄꽃 놀이는 더 유난스러운 법인데 올해도 ‘추팔’로 꽃놀이를 대신해야할 듯 하다. ‘추팔’은 ‘추억팔이’를 일컫는 현대 유행어이다. 예전에 다녀왔던 또는 평상시라면 볼 수 있는 것들을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오늘은 옛날의 꽃그림으로 오늘의 꽃놀이로 ‘추억팔이’를 해보고자 한다.

꽃은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정서를 고양시키는 자연물로 인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아름다움의 대표적 소재로 끊임없이 재현 되었다.

꽃 그림은 자연의 생명력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의 상징으로서 우리의 옛 그림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꽃을 사랑하고 그림으로 집안을 장식하기를 좋아했던 소박한 민족성이 많은 꽃 그림을 낳게 하였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과 나무들, 그 안에서 즐겁게 노는 짐승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을 그림 속에 담았으며 화려한 꽃 그림에는 등장하는 새가 암수 쌍을 이뤄 부부애를 상징하고, 풀벌레 그림에서의 벌, 나비 등은 음양화합을 뜻하고 있으며 민초들의 소망을 담은 주술적 의미가 함께 숨 쉬고 있다.

민화를 시작하는 초급자는 대부분 꽃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고 실제로도 꽃 그림을 많이 그리고 있다. 꽃 그림이 이렇게 많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화려한 꽃의 아름다움을 좋아하여 그것을 집 안에 가까이 놓고 언제나 보고 즐기려했던 데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꽃은 생명력의 기운이 응집된 표상이며 동시에 인간의 심성을 대변해 주는 소재로 조형화 되었다. 꽃 그림은 그 존재의 신비스러움과 함께 모양과 생태적 특성에 의한 외형적 아름다움의 화려함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인간의 마음과 자연의 본질의 응집된 의미로서 더욱 더 넓은 의미의 배후의 자연으로 자연 풍경의 의미로 사용되어져 왔다.

여기 초보자들이 쉽게 그릴 수 있는 꽃 그림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시대 중기 화가인 신명연의 화훼도 첩이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너무나 평화롭고, 부드럽고, 화사한 기운이 전달되어 빨리 그려보고 싶은 조급함이 들었다.

 

황촉규
신명연 산수화훼도 첩 1864년 제작, 견본채색, 가로 19.0~25.0cm X 세로 29.7 ~2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앵속
신명연 산수화훼도 첩 1864년 제작, 견본채색, 가로 19.0~25.0cm X 세로 29.7 ~2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명연
밝은 색채와 산뜻한 느낌 특징
다양한 화종 다뤄 대중에 인기
조선 말~ 근대 초 흐름 담아내

신명연(靄春 申命衍, 1808-1886년)의 집안은 대대로 시.서.화(詩.書.畵)에 능했으며, 그는 17세에 무과에 합격하여 70대 초반까지 정3품 당상관(堂上官)으로 부사(府使)로 재직했다. 관직에 있으면서 사군자, 화조, 화훼, 산수, 인물 등 다양한 회화장르를 소화했으며 이색적인 화풍으로 조선시대 말기에서 근대 초입까지의 시대 흐름을 담았다는 평을 받는 화가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으로 꽃과 새들이 어우러진 화조화와 매화, 국화, 연화 등 군자(君子)의 아취(雅趣)를 나타내는 꽃 외에 백합, 작약, 금낭화, 옥잠화, 원추리, 수국 등 다양한 화종(花種)을 소재로 다룬 화훼화(花蝶畵)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었다. 1864년에 신명연이 제작한 ‘산수화훼도첩’에는 19점의 꽃 그림과 21점의 산수화가 들어있다. 작품들은 간결하면서 색채가 밝고 산뜻하고 담백하여 일기를 풍기는 점이 특징적이다.

 

부용
신명연 산수화훼도 첩 1864년 제작, 견본채색, 가로 19.0~25.0cm X 세로 29.7 ~25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필자는 신명연의 산수화훼도에 나오는 꽃 그림은 서양에서의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를 연상 하게 된다. 그 이유는 화면의 꽃들의 종류나 모양이 지금의 꽃들과 별 차이가 없고, 그 대상의 표현 역시 수채화와 같은 담백한 표현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학)의’라는 뜻의 보태니컬(Botanical)과 ‘미술, 예술’이라는 의미의 아트(Art)rk 결합된 말로 식물의 특성을 살려 좀 더 예술적으로 표현하여 그리는 것을 말한다.

현대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다른 그림도 찾아보자.

남계우꽃과나비2
남계우 화접도 28.8 X 127.9cm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남계우꽃과나비01
남계우 화접도 28.8 X 127.9cm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남계우
조선시대 나비 그림 1인자
뛰어난 공간감·정형화된 구도
꽃 향기 느껴질 정도의 생동감

남계우(南啓宇, 1811-1888)는 평생 나비와 꽃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조선시대 나비 그림의 제1인자로서 ′남나비[南蝶]′라고 불렸다. 이 그림은 꽃과 나비를 그린 화접도(花蝶圖)로서 섬세한 필치에 세심한 관찰을 통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중앙에는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나비들의 모습이, 아래쪽에는 화려하게 핀 꽃들이 정형화된 구도로 묘사되어 있다. 화면의 공간감은 실제 내 눈앞에 나비가 날고 그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필자는 그것은 꽃이 갖는 의미, 작가의 생각이나 정서를 꽃과 나비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전달되고 있고, 자연물로서 꽃이 있는 공간은 삶 자체가 끊임없이 생성하는 의미도 공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남계우의 꽃과 나비는 이후 신명연과 같은 조선후기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대중적인 미감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자유로운 미감을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기다리는 꽃소식도 들려올 것이다. 자연은 늘 그러하듯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봄 선물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비록 봄 꽃 마중은 못 나가지만 꽃 그림으로 봄 마중을 해보시라 기원한다.

<박승온ㆍ사단법인 한국현대민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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