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법칙(동조, 同調)
3의 법칙(동조, 同調)
  • 승인 2021.03.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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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경주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맏손자가 3학년이 되면서 예민해졌다.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이면 아이들 다루기 힘들어서 담임하기를 꺼린다고 한다. 개학하고 열흘 동안 연락이 없던 손자가 학급회장 임명장을 영상통화로 보여주며 할머니께 자랑을 하였다.
3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적으로 길(吉)한 숫자이다. 1, 3, 5, …의 홀수는 양수이다. 2, 4, 6, …의 짝수는 음수이다. 산가지를 가지고 만들어 보아도 삼(三)이란 숫자는 일(一)과 이(二)를 포함한 좋은 숫자이다.
'3의 법칙'도 있다. 2008년 4월 서울 강남역 부근 횡단보도에 한 사람이 서서 높은 빌딩 꼭대기를 쳐다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두 사람이 앞뒤로 거리를 두고 서서 높은 빌딩 꼭대기를 쳐다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간혹 두 사람의 얼굴만 힐끗 쳐다볼 뿐이다. 세 사람이 횡단보도에 서서 높은 빌딩 꼭대기를 쳐다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 서서 "뭐가 보인다는 거야?"하고 웅성거리며 높은 빌딩 꼭대기를 쳐다본다.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EBS 상황의 힘) 2005년 10월 17일 천호역에서 승객이 승강장 틈새에 끼었다. 바라보던 한 사람이 전동차를 밀고, 옆에 있던 또 한 사람이 전동차에 달라붙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전동차를 밀었다. "밀어!"하는 구령에 33톤의 전동차는 기우뚱 움직였다. 재빨리 승객을 구출하였다.(인간이 상황을 지배한다. EBS 상황의 힘) '3의 법칙'은 합리적인 판단 상황에 동조하는 힘이다.
아이들이 많아서 오전, 오후로 나눠서 2부제 수업을 하고 한 학급에도 6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던 때가 있었다. 필자는 학년이 바뀐 첫날엔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던 동화가 있었다.
연못에서 학과 자라가 만났다. 자라가 "학아, 너는 하늘을 날 수 있어 정말 좋겠다. 세상 구경을 다할 수 있어서. 나도 한 번 세상 구경 시켜줘."하며 애원하였다. 학은 자라를 내려다보면서 "그래, 그거야 쉽지 뭐. 그런데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그것을 꼭 지킨다고 약속을 하면 세상 구경 시켜 줄게."하고 대꾸하였다. 자라는 "그 약속은 뭔데?"하고 되물었다. 학은 "내가 너를 물고 하늘 높이 올라갔을 때, 절대 나에게 말을 시키면 안 된다는 거야."하고 대답했다. 자라는 대수롭지 않게 "그 약속 쉽지 뭐. 꼭 지킬게."하였다.
학은 자라를 입에 물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생전 처음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 본 자라는 '야! 땅은 참 신기하구나!'하고 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잠시 후 학이 서울의 상공을 나를 땐 도저히 참지 못하고 "학아! 서울거리가 정말로 아름답구나. 그렇지. 말 좀 해 보렴!"하고 학의 뺨을 때렸다. 학은 깜짝 놀라 "그래, 자라야 아름답다!"하고 입을 벌리고 말았다. 순간 자라는 공중에서 어떤 식당의 마당에 떨어지고 말았다.
마침 마당을 쓸던 식당주인은 마당에 있는 자라를 보고 '웬 자라가 여기에 떨어졌지? 오늘 자라탕을 끓여 먹어야겠네.'하였다. 결국 자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자라탕이 되고 말았다.
이야기를 마치면 "숙제는 꼭 해야 돼, 친구들과 다투지 말고, 교실에선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라탕이 될지도 몰라. 알았지?"하고 약속을 강조하며 했던 훈화이야기이다.
어느 해 학교에서 연구부장을 맡아 3학년 담임을 하였다. 사실 학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담임이 연구부장을 하는 교사이다. 3월 중순에 남학생 한 명이 전학을 왔다. 목회자인 아버지와 함께 왔는데 "성인이는 외동인데 장난이 심합니다. 그래도 그냥 내버려두세요."라고 부탁을 하였다. 성인이가 전학 온 날부터 교실 분위기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학급회장이 "너 그렇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자라탕 된다."고 하여도 막무가내였다. 성인이의 장난을 다른 아이가 한 명 따라하고, 두 명 따라 하더니 결국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의 장난기에 동조하고 말았다. 이건 아이들의 진실 착각 현상이다.
옛날 서당에서 가르치는 소학엔 자연스레 되는 3 가지가 있었다. 학문에 널리 통하는 관천(貫穿), 사물의 이치에 흠뻑 빠져 들게 되는 협흡(浹洽), 마음이 튼튼해지는 견고(堅固)가 그것이다. 이때 의심나고 어려운 문제들이 봄날 얼음 풀리듯 하고, 이치가 기쁜 마음으로 가슴에 와 닿으려면, 오랫동안 반복으로 공부를 해야 얻어진다. 뭐든 우연히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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