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 승인 2021.03.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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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김과장의 하루 :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난 김과장은 운동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파트를 나와 신천 강변을 걷기 시작하였다. 역시 일찍 일어나면 기분도 상쾌하고 이렇게 산책도 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고 생각하면서 걷고 있던 중 길 바닥에 5만 원짜리 1장이 떨어져 있다. 주인을 찾아줄 방법도 없어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먹구나'를 실감하면서 돈을 체육복에 넣고 계속 산책하였다. 아파트로 돌아와 놀이터에서 맨손체조를 하는데 5살 정도 여자 꼬마 아이가 다가와서 '아저씨, 돈 떨어 졌어요'라고 말하여 바닥을 보니 만 원짜리 3장이 떨어져 있었다. 내 돈은 아니지만 역시 누구 돈인지 알 수 없으므로 다시 주워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꼬마의 행동이 너무나 귀여워 꼬마의 고사리 같은 손을 가볍게 잡아 '고맙다'면서 흔들어 주었다. 그런데 아침 이른 시간이다 보니 꼬마의 손이 생각보다 차서 양손으로 꼬마의 손을 꼭꼭 여러 번 주물러 따뜻해지도록 만들어 주었고, '안녕, 고마워' 라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직장에 출근하여 일을 시작하니 하루 종일 활력이 넘쳤다. 저녁에 부서 회식으로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우리 회사 제일 미인인 이대리가 나에게 술을 한잔 따라 주었고 나는 '이쁜이가 술을 따라 주니 더 맛있네!'라고 말하고는 평소 나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용심이 얼굴에 철철 흘러넘치는 48세 여성인 박차장 쪽을 살짝 몰래 훔쳐보니 역시 심술 난 표정이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일찍 일어나기를 잘 했다. 앞으로도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니 8시다. 후다닥 준비하고 밥도 먹지 못하고 회사로 출근하여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였다.

오후에 경찰서에서 전화로 '신천에서 돈 5만원 주었느냐'라고 물어 맞다고 대답하니 '그 돈은 아침에 학교 가던 학생이 흘린 돈이다,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하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하여 어이가 없었다. 좀 있다가 다시 경찰서에서 연락 와서 '아파트 CCTV에서 확인하니 선생님이 놀이터에서 여자아이를 성추행하였다. 손을 계속 잡고 한참 주무르는 장면이 있다. 꼬마가 엄마에게 이야기하여 CCTV를 확인하니 그 장면이 나왔다.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하였다.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하였다. 또 다시 경찰에서 전화 와서 '그때 돈 2만원도 같이 주었지요. 초등학생이 흘린 돈인데 절도죄에 해당 한다'라고 하였다.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황당하여 회사 옥상으로 나가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오니 본부장이 불러서 갔다. 본부장은 어제 회식 중 '이쁜이가 술을 따라 주니 더 맛있네!'라고 한 말에 대하여 '박차장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하여 징계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건 또 뭔가?

길거리에 떨어진 돈은 주인 소유임은 분명하고 어느 누구도 그 돈을 점유하지 못한 것으로 이를 '점유이탈 상태'라고 하고 그 돈을 내가 가지는 행동은 '점유이탈물횡령죄'라고 한다. 다만 액수가 경미하고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으므로 경미범죄로 분류되어 선처 받을 수 있다. 건물 내, 시내 버스 내, 아파트 구내라면 이론상으로 건물관리인, 버스운전사, 아파트 관리인이 그 전체를 점유하고 있어 점율이탈물이 아니므로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아닌 '절도죄'로 처벌된다. 다른 사람 방 안에 떨어져 있는 돈을 몰래 가져온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된다.

꼬마의 손을 주무르는 행위, 귀엽다고 빰이나 손등에 뽀뽀를 하는 행위는 이제는 엄연한 성추행이다. 김과장은 성추행을 인식하지 못하여도 객관적으로 제3자 입장, 특히 아동이나 부모의 입장에서 판단하면 허락없이 손을 주무른 행동이므로 100%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김과장은 부모에게 이해를 구하여 합의하여야 기소유예로 될 가능성이 있다.

직장 내에서 외모 등을 빗대어 한 발언은 주관적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비하에 해당하여야 성희롱에 해당 한다. 위 발언은 심술쟁이 박차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그 발언의 상대방이 박차장이 아닌 이대리인 점, 이대리는 기분 나빠하지 않은 점,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하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재 '성희롱 엄벌'이라는 추세에서 김과장은 상당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김과장은 지금 '어제는 억세게 운수 나쁜 날이다'라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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