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락으로 다른 끈을 의지하다
감아 내기도 하면서
각각 서로에게 기대는 모서리들
묶고 묶이는 것을 허락한 매듭만이
가위 들 일없도록 쉬워지는 풀림
직선과 사선을 다 품어 안아
리본을 달고 나서야 완성되는 꽃
가위 바위 보로 맺어진 네 귀퉁이를 풀면
소꿉친구의 손바닥이 앙증하다
귀퉁이가 짝을 이루던 술래의 상처가
바구니 안쪽에 몸통 뽀얀 수삼을
꼭꼭 숨겨 두었다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
<해설> 아무리 저렴한 보자기로 묶은 매듭이라도 꽃처럼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보자기를 풀어서 이 용도 외는 별 쓸 일이 없다는 생각에 버리려고 하다가도 다시 접어둔 기억이 있다는 것은 지금 이 글을 읽기 위해서였나보다. 생생한 보자기의 모습을 몇 줄 글에서 완벽하게 그려낸 것에 시인의 필력을 느낀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