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코로나 시대의 소비문화
[박명호 경영칼럼] 코로나 시대의 소비문화
  • 승인 2021.03.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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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청년실업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휴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극심한 경제 한파 속에서 두 가지의 소비 행태가 두드러진다. ‘착한 소비’와 ‘보상소비’가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배고픈 형제에게 치킨을 공짜로 제공한 치킨가게의 선행을 칭찬하는 ‘착한 소비’가 화제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이 치킨가게 주인에게 보낸 감동편지가 공개되면서 사연이 널리 알려졌다. 치킨집 점주를 ‘돈쭐(돈+혼쭐)’ 내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치킨 주문이 밀려들었고, 주문이 폭주하여 배달까지 마비되었다고 한다. 돈만 내고 음식은 받지 않는 사례도 이어졌다. SNS와 배달앱, 유튜브 등에서 칭찬과 응원 메시지가 확산되면서 ‘착한소비’는 계속되고 있다.

한편, ‘보상소비’를 위한 명품구매 열풍도 대단하다. 최근 대구신세계백화점에 ‘샤넬’ 매장이 오픈하자 백화점 주변은 개장 하루 전 오전 9시부터 고객들이 몰려와서 철야 대기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며칠 후, 또 다른 백화점의 ‘에르메스’ 매장 앞에는 개점 50분 만인 오전 11시 50분에 ‘금일 입장 대기 종료’라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남들보다 먼저 명품을 구매하려고 수백 명의 고객들이 대기하고, 개장하자마자 매장으로 뛰어가는 오픈런(open run)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두 가지 소비 사례는 얼핏 양극화된 소비심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소비의 핵심이 ‘가치소비’ 내지 ‘신념소비’라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의 소비문화로 여겨진다. 중앙대 황금주 교수가 명명한 ‘FIVVE’라는 소비 특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fun), 비일관성(inconsistency), 가치(value), 바이러스보복소비(virus revenge consumption), 그리고 표현(expression)이다. 이것은 주로 MZ세대가 자신의 소비 신념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고 SNS에서 활발히 소통하며 공유하면서 소비하는 행태다.

치킨집 ‘돈쭐’ 행렬은 신념을 나타내는 ‘가치소비’다. MZ세대는 착한 가게를 ‘착한 소비’로 응원하며 SNS를 통해 이것을 공유하고 알림으로써 뿌듯함을 느낀다. 최근 명품 소비가 급증하는 이유로 꼽히는 ‘바이러스보복소비’도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소비다. 오랫동안 코로나로 힘들었던 자신에게 이 정도 좋은 선물은 할 수 있다는 뜻에서 소비하는 명품구매는 자기 보상 차원으로 이해된다. 명품구매로 위안을 받으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것 또한 당연히 ‘가치소비’로 여긴다.

향후 ‘가치소비’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미닝아웃’ 소비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미닝(meaning, 의미)’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인 ‘미닝아웃’은 구매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하나의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고 개인의 실리적 이득과 순간 효용을 중시한다. 가격과 품질만을 따지지 않고 진정성에 공감하며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여 브랜드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고객들의 애착감정을 붙들어야 한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명품에 대한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명품은 더 이상 최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기 품목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을 정도다. 너도 나도 따라 사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잦은 가격인상이 오히려 명품소비를 부추긴다고도 한다. 인터넷에서 ‘명품’을 검색하면 명품깡, 명품계, 명품광, 명품학폭, 명품중독 등 부정적인 단어가 숱하게 등장한다. 부정적인 이름은 부정적인 프레임을 구축한다. 소위 이름효과(name-letter effect)다. 그래서 과도한 명품구매에 대한 비난과 우려가 많다.

하지만 명품 구매 자체가 비난받을 만한 소비는 아니다. 오히려 명품을 소비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들이 겪을 상대적 박탈감,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무리한 구매가 염려된다. 특히 SNS에서 명품으로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이른바 ‘플렉스’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고급 슈퍼카 차주가 소형차 운전자를 비하하며 폭언한 최근 사례에서 보듯이 고가의 사치품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풍조다. 이처럼 값비싼 사치품이나 명품 이용이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상류층으로 이끌어 준다고 믿는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크게 저해한다.

세탁소의 고참 옷걸이가 새로 들어온 옷걸이에게 충고를 한다. “네게 걸려 있는 값비싼 옷 때문에 우쭐대지 마라. 너는 단지 옷걸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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