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드라마 '설강화' 대구서 촬영, 괜찮을까
'역사 왜곡 논란' 드라마 '설강화' 대구서 촬영, 괜찮을까
  • 정은빈
  • 승인 2021.03.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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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캠퍼스에서 지난 27일 첫 촬영, 오는 6월까지 촬영 예정
간첩·안기부 미화 등 논란 가열, 청와대 국민청원 12만명 돌파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 ‘설강화’가 대구지역에서 촬영 중인 가운데 촬영 중단 요구가 거세다.

29일 계명대학교에 따르면 설강화 제작팀은 지난 27일 계명대학교 캠퍼스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오는 6월까지 주말마다 남구 대명동 캠퍼스와 달서구 성서 캠퍼스에서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구대학교는 지난 21일 하루 촬영이 이뤄졌으며 추가 촬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촬영 소식을 접한 지역민 사이에서는 “설강화 불매”, “역사 왜곡 드라마 촬영 중지해라”라는 등 부정적 반응이 잇따랐다. 단체로 학교 측에 재촬영 거부 혹은 촬영분 삭제를 요청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전국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1987년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자 주인공을) 운동권 학생이라고 확신한 여자 주인공은 서슬 퍼런 감시와 위험천만한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다. 어느새 사랑에 빠진 그가 무장 간첩인 줄은 모른 채”라는 내용의 드라마 시놉시스(synopsis·간단한 줄거리) 일부가 최근 온라인으로 유출되면서다.

운동권 학생인 줄 알았던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북한 간첩이었다는 설정은 당시 민주화 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식으로 왜곡돼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1팀장 이강무역을 “어떤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이자 대쪽 같은 인물”이라고 표현해 미화 소지가 있는 점도 논란을 더한다.

1970년대 고려대에서 학생운동을 주도한 실존 인물 천영초씨를 연상케 하는 여자 주인공(은영초) 이름도 문제로 제기된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 고초를 겪은 인물을 역사 왜곡 논란이 있는 드라마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천영초씨에 대한 회고록 ‘영초언니’를 편집한 이연실 작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배경에 간첩이 있었다는 내용을 블랙코미디로 제작한다는 것은 민주열사들에 대한 지독한 모욕과 혐오 범죄”라고 비판했다.

오는 6월 드라마를 방영 예정인 JTBC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미완성 시놉시스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앞뒤 맥락 없는 특정 문장을 토대로 각종 비난이 이어졌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라면서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송사 해명에도 논란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설강화 촬영을 중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6일 게시 후 12만3천9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민주화 운동에 북한의 개입이 없다는 걸 몇 번이나 증명했는데도 이 작품은 간첩을 주인공으로 했다”면서 “우리나라 근간을 모욕하고 먹칠하는 드라마의 촬영을 중지하고 지금까지 촬영한 분량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촬영팀 요청에 따라 단순히 장소 사용을 협조해 줬고, 수업이 없는 주말에 실외 촬영만 허가를 했다”면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대응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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