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시대, 읽을거리를 만드는 사람
읽지 않는 시대, 읽을거리를 만드는 사람
  • 승인 2021.03.2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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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소식은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스마트폰 덕분에 글자를 읽는 순순한 ‘읽기’보다는 듣거나 보는 것이 더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종이 위 글자의 형태로 국한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많은 양의 글자를 읽고는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 보면 당연히 글자의 형태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로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이 넘쳐나기 때문임을 꼽기도 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또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으로 텍스트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주 SNS를 뜨겁게 달궜던 단어 중의 하나가 ‘문해력’이다. 문해력(文解力)이란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EBS에서 6부작으로 방송한 <당신의 문해력>이 화제가 되면서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문해력 최하위’라는 논란이 각종 게시판을 달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인의 문해력은 최하위가 아니라 OECD 평균보다 높은 중위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상위권을 기록하다가 25세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해 45세 이후부터는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격차가 매우 크다. 게다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의 결과를 두고 본다면 2006년 1위였던 성적이 2018년 6위로 내려가는 등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거창하게 ‘문해력’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생활 여기저기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회사에서 업무지시를 할 때 필요한 업무를 전달하고는 제대로 이해를 했는지 다시 설명하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관리자의 푸념이 비단 그 회사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작성해 오는 문서에서 주술호응이나 조사의 사용이 잘못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글을 읽고 쓰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EBS의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방송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전통적인 읽기를 제안했다. 실험을 통해 같은 내용이라도 줄글의 형태로 접하는 경우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읽는 뇌’를 위한 훈련, 즉 읽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읽는 사람들보다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이 부분이다. 영상 중심의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콘텐츠의 확산을 위해서는 당연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빠르게 콘텐츠가 품은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확산이 언제나 속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텐츠와 잘 팔리는 콘텐츠를 같은 카테고리에 넣을 수 없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빠르게 다가간다고 해서 항상 오래 남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책을 만드는 이유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글에서 시작한다. 글은 기록의 시작이고 이것이 줄글이 되어 책으로 남는 것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의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기 위함이다. 빠르게 만나고 빠르게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깊이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솟폼 콘텐츠’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독자의 읽기 문턱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하다. 줄글을 읽기 전에 짧은 요약으로 흥미를 끌거나, 여려 미디어를 오가며 콘텐츠를 즐기다 줄글 읽기로 귀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와 재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첫 장을 쉽게 넘겨볼 수 있도록 표지에 ‘끌림’의 요소를 적용한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읽히는 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콘텐츠 마케팅 전문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전통적인 미디어인 책을 최우선에 두고 일한다고 하면 의외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콘텐츠의 기본은 글이며, 이 글을 모아 책을 만드는 일은 콘텐츠 마케팅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다. 그래서 나는 읽지 않는 시대에 누군가는 읽어줄 책을 만들고 그 안에 브랜드의 가치를 담는다. 그 브랜드가 오래도록 책 속에서 뛰어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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