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의 역사전쟁
한·중의 역사전쟁
  • 승인 2021.03.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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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지난 3월 22일 첫 방영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설정과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방송이 폐지되었다. 신경수 감독이 연출하고 박계옥 작가가 극본을 쓴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 초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지만 중국식 만두와 월병이 등장하고, 소품과 배경 음악까지?중국풍으로 꾸며졌다는 논란이 일면서 퇴출되었다. 작품의 기획의도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를 표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역사적 인물인 태종과 충녕대군, 양녕대군을 주인공으로 해 허구의 이야기를 펼쳤는데, 방송 후 역사왜곡이 지나쳤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최근 몇 년동안 중국과 관련된 논란이 있어 왔다. 지난 해 10월에는 BTS의 수상소감이 논란이 되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 상을 수상한 BTS 리더인 RM(김남준)은 "올해가 6.25 전쟁 70주년이어서 더욱 의미가 짙다.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으며,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의 존엄성을 무시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알몸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담긴?무개념 영상 때문에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한국의 전통인 한복, 고구려사까지 모두 중국 것이라는 동북공정과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 이에 맞선 잠재된 반중 정서의 표출이 방송 폐지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번이라도 중국 땅이거나 한족의 손길이 닿으면 모두 중국 것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면서 소수 민족의 분리 독립운동을 탄압해 왔다. 또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의 입장에서 소수 민족이 살고 있는 중국 변방지역을 중국화 하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위구르자치구를 중국의 역사화하려는 서북공정이다. 중국은 한나라때 서역도호부와 서역장사부가 있었으며, 청나라 건륭제 때 신장 위그루 자치구 지역을 평정하였지만 위구르 지역은 직할지가 아닌 간접통치를 받은 번부였다. 이후, 1933년 11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이 처음으로 건국되었으나 3개월 만에 소멸되었고, 1944년 다시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이 성립되었지만 1949년 중국에 병합되었고, 1955년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되었다.

이어 중국 동북지역을 중국화하려는 전략이 동북공정이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의 핵심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에 설치한 중국변강사지연구센터가 동북지역의 3개 성과 연합하여 시작한 대규모 프로젝트이며, 이를 통해 중국은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즉, 중국은 한족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성립된 국가이며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이다. 특히 고구려를 고대 중국의 지방민족정권으로 주장하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는 한국사의 핵심적인 북방사로서 절대로 부정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고유한 역사이므로 한국에서는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해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 확보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은 2013년 국가 주석으로 취임한 후 공개적으로 신형대국관계를 언급하였다. 중국의 국력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미·중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중국은 미·중 간의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양국의 핵심이익을 서로 존중하는 것이 신형대국관계를 형성하는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핵심이익은 국가 주권과 영토 안정이며, 이를 위해 대만문제, 신장위구르, 센가쿠열도, 다오위다오를 포함 남·서 중국해 등 영토를 포함한 주권의 영속성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중원이 흔들리면 변방에서 변란이 일어나고, 이러한 변란이 중국을 혼란에 빠지게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힘이 있을 때 역사 왜곡을 통해서라도 변방을 튼튼하게 해 두자는 측면이 있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는 다른 국가와 지리적으로 이웃에 살면서 일정한 접촉을 가져왔다. 이웃 국가와 관계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혹은 습관처럼 싸웠다. 강한 힘을 가진 때는 적을 견제할 수 있었지만 어떤 이유로 힘이 약해지면 적의 침략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은 좋았던 역사도 있고 불행했던 역사도 있다. 그리고 중첩적인 문화도 상존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중국이 문화를 통해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역사 왜곡 문제는 역사 전쟁을 통해서라도 막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중의 올바른 역사가 정립될 때 양국 간의 조화로운 관계가 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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