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공연스케치
[문화칼럼] 공연스케치
  • 승인 2021.03.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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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대구문화예술회관장
#대구시립 국악단 협주곡의 밤
봄기운이 점차 짙어가던 지난 3월 18일 저녁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엄정한 오디션을 통과한 장래가 촉망되는 고교·대학생들의 협연 무대가 그러했다. 그리고 기계음향을 배제한 공연 즉 우리소리의 결을 찾기 위한 용감한 도전,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악기군간 약간의 밸런스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음색이 돋보였다. 관객들은 순수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해했다. 연주자들도 그 어느 때 보다 집중하는 가운데 스스로의 소리에 고무되었다.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무대였다. 무엇보다 천석이 넘는 팔공홀의 넓은 공간을 국악기의 고유한 음색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충분히 가득 채울 수 있음을 증명한 음악회였다.

#대구시립국악단 화요상설무대-소담(笑談)
지난 3월 23일 올해 첫 화요상설무대가 '소담'이라는 타이틀로 열렸다. 이날은 의도치 않게 기계음향을 배제한 채 공연을 했다. 이날의 무대 비슬홀은 객석 규모 240석으로 아담하지만 공간의 음향이 건조한 편이다. 따라서 국악 공연은 당연히 마이크를 써야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뜻하지 않게 마이크 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결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소규모 앙상블 및 솔로·듀엣으로 이루어졌지만 비슬홀 공간을 따스하게 감쌀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모두들 우리 소리의 확장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 돈화문국악당-2021 산조대전
돈화문국악당은 140석 규모에 자연음향을 지향하는 국악 전문 공연장이다. 대표 해금 연주자 강은일 예술 감독을 중심으로 멋진 기획을 하는, 작지만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은 공간이다. 작년에 계획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3,4월에 열리고 있는 '산조대전'은 특히 기념비적이라 할만하다. 현존하는 산조 유파를 망라해서 각 유파의 대표적 고수 44인이 자웅(?)을 겨루는 공연이다. 한마디로 '산조의 모든 것, 이 시대에 들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산조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26일 대구시립국악단 가야금 수석 김은주, 대금 수석 배병민의 연주가 있었다. 감히 베스트였다고 말하고 싶다. 빛나는 연주였다. 이 두 사람의 연주를 돋보이게 한 것은 이태백, 임현빈의 장단과 더불어 공연장의 자연음향 조건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아울러 산조대전을 준비한 돈화문국악당의 뚝심과 세심한 정성에 머리를 숙이고 싶다.

현재 전국 대다수 국악관현악단은 기계음향에 의지해 공연을 한다. 정악, 민속악과 달리 대부분의 창작 국악곡은 편성이 큰 편이다. 따라서 현악기,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군 간 음량의 균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악기의 울림이 일반적인 공연장의 음향조건을 완벽히 커버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다. 풍류방에 최적화된 우리 악기로는 다목적으로 설계된 대다수 공연장의 공간을 채우기에 역부족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인위적 음향을 쓰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이런 이유들은 대부분 옳다는 것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 한 명마다 마이크를 대고 사운드 레벨을 올려서 하는 현재의 모습이 최선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국악관현악 공연 시에 서양악기를 과다하게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음정문제 해결, 꽉 찬 소리를 만들기 위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국악관현악단의 형태가 오케스트라를 본뜬 것이라 하더라도 고유의 소리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고유의 악기만으로는 안될까?(여기에는 악기개량 문제가 뒤따른다)

가야금의 낭랑한, 별처럼 반짝이는 그 영롱함을 어떻게 완벽히 표현할 것인가. 거문고의 둥글고 묵직한 울림은 무슨 수로 잘 드러낼 것인가. 대금의 풍부하고 공기 위를 주유하는 느낌은 어떻게 살릴 수 있나. 피리의 그 칼칼한 소리는 또 어떻게 담아낼 수 있나. 아쟁의 우수에 찬 컬러는 무슨 수로 그릴 것인가. 해금의 착 감아드는 감각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가. 인위적 음향을 배제해야만 이런 결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공연을 통해서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이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겨우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우리 소리의 결을 하나씩 세심히 함께 찾아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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