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믿고 까불지 말자
목줄 믿고 까불지 말자
  • 승인 2021.03.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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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4월이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 시작된 것 같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운동하기 딱 좋은 계절이라 자주 걸으러 나가는 편이다. 얼마 전 아내랑 호미곶에서 구룡포까지 해파랑길을 걷고 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지친 마음과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나의 이 평안과 안식의 시간을 깨는 복병 하나를 만났다. 그 복병은 다름 아닌 시골집 마당에 묶여 있는 작은 발바리 한 마리였다. 그 녀석은 우리를 보자마자 죽자고 달려들었다. 큰소리로 짖으며 우리를 위협했다. 다행히 목에 목줄이 묶여 있어서 겁주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해를 입히진 못했지만 아내는 적잖이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놀란 아내가 한마디 했다. "여보 저러다가 줄 풀리면 우짜노?" 그 말을 듣고 나는 '씨~익' 웃으며 "걱정 마라. 저 놈 저거 목줄 믿고 그라는 거다. 목줄 없으면 사람한테 꼼짝도 못 한다. 목줄 없어봐라. 저래 줄 끊어지라고 달려들 것 같나. 저놈이 까부는 건 딱 저만큼이다." 발바리 녀석도 안다. 목줄이 자기를 잡아준다는 것을. 그래서 자기가 마치 사나운 맹수라도 된 것처럼 짖어대는 것이다. 사람에게 대항할 힘은 없지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큰소리치는 것이다. 똥개도 자기 집에선 50점 따고 들어간다는 말처럼 말이다. 그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놈이나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 인간도 저 녀석처럼 목줄 믿고 까불고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싸움 났을 때를 한번 떠올려보자. 구경꾼이 있고 말리는 사람 있으면 싸움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보통 이런 식이다. "이거 놔 봐. 오늘 내가 가만 안 둔다"라며 큰소리치고 흥분을 한다. 그런데 막상 싸워보라고 놔주면 별일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들도 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말려주니 실제 싸움은 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 사람은 자신을 든든히 지켜주는 목줄을 믿었던 것이다. 즉 자신을 말려주는 사람들이 그에게 목줄인 것이다. 이렇듯 모두가 믿고 있는 목줄이 있다. 누구는 돈이 목줄이고, 누구는 높은 직위가 그를 잡아주는 든든한 목줄이다. 또한 어떤 이에게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뒷 배경)가 목줄이다. 목줄 믿고 너무 까불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견고하고 튼튼한 목줄이라도 언젠가 그 든든했던 목줄이 풀어지거나 사라지는 날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큰 소리 뻥뻥 치며 부하직원들 쥐 잡듯 하던 직장 상사도 어느 날 은퇴하고 그냥 이웃집 아저씨가 되는 날이 찾아온다. 은퇴 후 길을 가다 회사 앞을 지날 때 "부장님 잘 계시죠? 들어오셔서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라는 환대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을 보고 인사도 없이 피식 웃으며 빤히 자기를 쳐다보는 상황은 없어야겠다. 최소한 가벼운 목례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아랫사람에게 잘해 줘야 한다.
돈 많다고 가난한 사람 무시하며 살던 부자, 믿었던 목줄 영원할 줄 아는데. 믿었던 목줄 사라지는 날 반드시 온다. 그래서 너무 까불지 말아야 한다. 돈 믿고 까불다가 언젠가 돈 때문에 정말 창피당할 때가 있다. 돈이 왜 돈이겠는가? 돌고 돈다고 돈이다.
군대에서 평생 선임으로 생활할 줄 알고 후임들 괴롭히던 병장도 말년 되고 제대 날 되면 연병장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참으로 초라하다. 자기가 그렇게 괴롭혔던 힘없고 무능했던 후임을 사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 능력 있는 거래처 사장님이 되어 자기 앞에 서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예쁘고 잘난 얼굴 믿고 까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거 믿고 너무 까불지 말아야 한다. 그래 봤자 얼굴 안에서 더 나오고 더 들어가고, 더 찢어지고 덜 찢어지고 1mm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 그 고왔던 얼굴도 주름이 생기게 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돈 많은 부모 믿고 까부는 사람들, 부모님이 평생 자기 뒤에서 든든히 뒤를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이별의 순간도 오고, 자신의 힘으로 독립하여 살 때가 오고야 만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 했다. 제 아무리 붉은 꽃도 십일 넘지 않고, 아무리 대단한 권력도 십 년 갈 수 없다. 언젠가 꽃잎도 떨어지고, 권력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다. 흥하면 쇠할 때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면 뒤로 물러날 때도 있는 법이다. 목줄 믿고 너무 까불지 말자. 믿었던 목줄. 사라지는 날이 올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믿었던 목줄이 풀어지는 날이 온다. 그날이 왔을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를 잡아주고 있는 든든한 목줄을 자기 손으로 한 번씩 풀어볼 필요가 있겠다. 그 후에 목줄이 없는 상태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을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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