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백신휴가 실효성 의문…“업무 공백 가능성”
의료인 백신휴가 실효성 의문…“업무 공백 가능성”
  • 조재천
  • 승인 2021.03.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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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반 여건 마련 목소리
“업무량 줄이는 게 이상적이나
수익 직결돼 병원 반응 냉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을 겪는 이들을 위해 ‘백신 휴가제’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휴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실상 휴가 사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부터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난 이들은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 없이 신청만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다. 대개 접종 후 10~12시간 이내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접종 다음 날 하루 휴가를 쓰고, 이상 반응이 이어지면 하루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백신 휴가제가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민간 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의 경우 사실상 휴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기관 종사자 다수가 백신 휴가를 쓸 경우 환자 진료 조정이 불가피해 이들 사이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달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에 대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상 반응 건수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응급실이 있는 의료기관마다 분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백신 휴가 사용은 더더욱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백신 휴가제가 권고 수준에 그치는 만큼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백신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인력 운영이 가능한지 실질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의료기관 종사자의 경우 1차 접종은 거의 끝난 상태라 2차 접종이 쟁점이 될 것 같다. 1차 때는 우격다짐으로 진행됐지만, 이제 곧 2차 접종이 시작된다”며 “휴가 사용자를 대비한 인력 운영이 이뤄지려면 진료량을 줄이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데, 수익과 연결되는 문제라 의료기관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대구 지역 한 상급종합병원은 백신 휴가를 고려해 부서마다 인원을 적절히 배분해서 접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하루만에 다 이뤄지는 게 아니라 며칠간 나눠서 진행된다. 1차 접종 때도 그랬지만 각 부서 인원이 같은 날에 백신을 맞지 않도록 접종 일정을 조정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1차 접종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고 있다. 다만 백신 휴가를 사용하는 인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접종 일정을 조정해 하루 정도 쉬는 사람이 있더라도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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