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달성 공원에 갇힌 공작새가 부러웠다
그 길고 빛깔 화려한 옷자락 끌면서
햇살을 배경으로 한 바퀴 도는 모습이
하도 도도하고 우아했기 때문일까?
겉모습보다 삶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부챗살이나 가끔 펴들며 귀부인 흉내를 내면서
오래 살아보니
그것은 내가 입어야 할 옷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곧 터져버릴 풍선 하나 불어대고 있었던 것
별자리에서 내려와 바람과 같이 숨 쉬고
이슬 머금는 들꽃들과 같이 부대끼는
풀, 풀들이 걸친 저 자유로움이
나의 맞춤옷이었던 것을
◇정인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시와시학시인회 회장역임.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시마을,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지금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10).대구시인 협회상 수상(15).경맥문학상(20).시집: 연인, 있어요(20)외 다수.
<해설> 역시 시인의 심성은 풋내 가득한 자유로운 들판의 풀꽃에 가깝다. 공작의 오색 날개와 들꽃을 대립으로 관조해 보는 깊이있는 시인은 일련의 묘사과정 없이도 인생의 옷을 골라 입는 의연함을 잘 나타내어 주었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