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늘리려다 분양가 급등 불렀다
주택공급 늘리려다 분양가 급등 불렀다
  • 윤정
  • 승인 2021.03.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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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심사제도 개편 이후
주변 시세의 85~90% 책정
결국 대구 최고 분양가 경신
전용 84㎡ 분양가 9억 넘겨
서민 내집 마련 꿈 더 멀어져
주택토지보증공사(HUG)가 지난 2월 22일부터 신규분양 아파트 분양가 책정기준 변경안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분양가 책정기준 변경이 분양가 상승 등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UG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책정기준을 변경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 제외)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주변 시세의 최대 85~90%까지 분양가를 책정했다. 그동안 기존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서 재개발·재건축에서 공급이 더뎠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결국 대구에서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게 됐다.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한 지 한 달여 만에 대구에서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처음 나왔다.

31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만촌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만촌역’ 분양가가 3.3㎡당(84㎡ 기준) 2천450만원에 책정됐다.

전용 84㎡ 가운데 고층 일부 가구는 분양가가 8억9천926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했다. 발코니 확장비에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10억원까지 넘볼 정도로 분양가가 훌쩍 올라간다.

2019년 5월 수성구 ‘범어W’의 역대 대구 최고 분양가(3.3㎡당 2천58만3천원)보다 19%나 올랐다.

앞서 HUG는 지난 2월 22일 분양가 책정 시 주변 아파트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하는 아파트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2016년 8월 고분양가 심사제도 시행 후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수익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분양가 상한선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다 보니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커 청약 시장 과열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급등으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청약자가 주거 선호지역에 내 집을 마련하는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라고 지적했다.

청약 과열을 막겠다며 분양가 상승에 빗장을 푼 것이 주거 여건이 좋은 곳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사실상 꺾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구는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여 있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에 그친다.

제도 개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로또 아파트’는 사라지겠지만 ‘현금 부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고 분양가가 2년도 안 돼 20%나 오른 것은 지나치다”며 “합리적인 분양가 산정을 위한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HUG 분양가 책정기준이 지역 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만촌동·두산동 등 일부 학군 수요 밀집지와 나머지 대구지역 전체의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줘 수성구 일부 지역 쏠림 현상 등 지역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성구 일부 지역부터 기존 아파트 가격 인상을 불러오게 되고 그 이후에는 또다시 신규 공급 아파트의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분양가 책정기준의 문제점을 알고도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크고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HUG는 국토부 등 정책 입안 부처와의 신속한 협의를 통해 조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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