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더십과 레임덕
정치적 리더십과 레임덕
  • 승인 2021.04.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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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계열장·경영학 박사
리더십의 사전적 의미는 집단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업무 능력, 조직을 통솔하고 사람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얻는 능력으로 지도력과 유의한 의미로 사용된다. 즉‘리더가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하여 행사하는 권력이나 비강제적인 영향력’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제이 로쉬와 토마스 티어니는 리더의 자질로“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 현대사회의 복잡한 시스템을 파악하고 운영하는 예리한 직관력”을 들었다. 그 밖에 리더는 용기, 비전, 인내, 도덕성, 겸손, 공감력 등 다양한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더하여‘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크 샌델 교수는“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도덕성과 정의, 책임감 없이는 그 시작조차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하였다.

대통령 중심제 정부에서 국정을 운영되는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은 곧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은 국가 경쟁력이며 독점적 권력을 갖는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리더십과 레임덕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리더십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레임덕 현상을 수반한다. 레임덕이란 권력을 잡은 사람이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국정이 마비되는 현상으로, 현직에 있던 정치 지도자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도자의 권위나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아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또한, 지도자나 공직자의 통치력이 급속히 약화 되어 권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권력 누수’도 나타난다.

한국 정치사에서 어떤 정부도 레임덕은 필연적으로 발생하였으며 특히 제6공화국 성립 이후,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집권 하반기는 레임덕이 발생하였다. 노태우 정부는 3당 합당으로 민정계와 YS계의 끊임없는 충돌과 민정계의 차기 대선주자의 부재로 당의 주도권은 YS에게 넘어가며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하였다. YS의 문민정부는 노동법 날치기 사태와 대통령 차남의 비리 혐의로 여론이 급랭하였으며, 1997년 IMF 외환위기까지 촉발하며 지지율이 6%대로 폭락하였다.

DJ의 국민의 정부 역시 김대통령 3명의 아들이 비리와 뇌물 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등 집권 하반기 극심한 여론 악화를 겪기도 하였으며,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부터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임기 내내 어려움을 겪다가 친인척 비리와 집권당 내부의 분열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마침내 정권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실용정부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정권을 잡으며 출범하였지만, 광우병 사태, 측근 인사들의 비리 혐의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내 권력이 친박계로 넘어가며 레임덕에 빠졌다. 박근혜 정부는 비박과 친박의 갈등,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당 대표의 ‘도장나르샤’사건, 진박 타령을 일삼다가 20대 국회에서 원내 1당조차 야당에 빼앗기며 레임덕이 시작되었고, 최순실 사태가 도화선이 되어 마침내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앞장서 탄핵하는 사태를 빚으며 비극적 결과를 맞이하였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공정과 적폐 청산을 기치로 한때 국민의 지지도가 80%를 넘나들고 입법·사법·행정의 전 부분에서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절대권력을 구축하였다. 제1야당은 자당의 대통령을 탄핵한 원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분오열되었고, 여당의 일방적 독주에도 적폐로 몰릴까 두려워 현안에 대한 투쟁이나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무능한 4년을 보냈다. 또한 2020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발생은 역설적으로 여당에 힘을 실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려 180석이란 거대한 의회 권력을 안겨 주었다. 이로 인해 야당과의 협치는 무시하고 180석의 무소불위의 힘을 바탕으로 공수처법, 국정원법, 경찰법 등 각종 입법을 몰아붙이고, 29번의‘야당 패싱’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등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강행하였다. 사태가 이러하니 상왕이라 불리는 전임 당 대표는 20년 장기 집권 플랜을 공공연히 공언하고, 당 대포라 불리며 집권당 돌격대장 역할을 하는 모 의원은 지난 2월말“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은 없으며 레임덕은 언론의 필요성과 희망사항이 빗어낸 네이밍으로 그들의 희망사항”이라는 오만한 사자후(?)를 토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LH 사태 직격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60% 이상을 상회하고 한때 지지도가 30% 선이 무너지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지난 4월 1일,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34.3%에 그쳤으며, 부정 평가는 취임 후 최고 수준인 62.1%로 나타났다. 레임덕을 논란으로 삼은 것만으로 이미 레임덕은 가속화된 것이다. 지난 4년간의 무수한 정책 실패와 불공정, 적폐 청산의 피로감은 어느 순간 불통으로 다가왔으며 국민과의 괴리감과 신뢰 상실로 인한 정치적 리더십은 실종되어 버렸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세력이 언제까지 나만이 정의롭고, 생각이 다르면 적폐로 몰아가며 국민을 갈라치기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제 임기 1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여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2017년 문대통령의 취임사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추락한 민심을 돌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현 정부를 지지하고 성원했던 국민의 희망과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책 실패를 남 탓하기 전에 진솔하게 사과하고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제하에서 발생하는 레임덕은 항상 극단적으로 반복되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여 역사의 불행한 대통령이 아니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책무 또한 현 정권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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