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뭇별
윤석열과 뭇별
  • 승인 2021.04.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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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윤삼수 서울본부장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언급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이후 첫 공개 행보로 기력이 전 같지 않은 구순의 아버지를 모시고 4·7 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이번 선거는 야권에서는 처음으로 보수와 중도가 연합을 이뤄 치렀다. 정치권에는 벌써 내년 대선이 성큼 다가왔다.

윤 전 총장은 한 번도 야권 주자라고 한 적이 없지만, 정치권도 여론도 그를 야권 사람으로 간주한다. 내년 3월 9일 결정되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흐름이다. 4월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은 윤 전 총장 31.2%, 이 지사 25.7%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칩거하면서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서울에서 지지율 40%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 민주당 세력이 윤석열 지지자들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윤 전 총장이 3월초 지지율이 급등할 때 국민의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갔다는 것이다.

여권(與圈)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애써 폄하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그 길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고 쉽지 않을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라며 '스스로 커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의 친구'라는 반사체로 발광(發光)을 시작했다.

윤 전 총장과 스텝이 꼬인 게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다. 그녀가 윤석열을 정치권으로 끌고 들어와 '큰 별'이 되도록 업어 키웠다. 권력으로 향하는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다 윤석열 총장 사퇴를 초래했다. 화가 난 민심은 윤석열을 현 정권에 맞설 투사로 받아들였다. 그는 보수 정권 수사에 타협도 없이 법을 집행했고 이 정권에서도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만약 전 정권과 현 정권에서 다른 태도를 보였다면 아무리 탄압받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을 휘청거리게 만든 것이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708만원이었다. 4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0억8192만원으로 4억원이 넘게 뛰었다. 전셋값도 같은 기간 동안 1억7000만원 정도가 올랐다. 집값은 치솟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는 세계 111위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타 1일 발표)로 주저앉았다.

여당은 잘못을 인정하고 뒤늦게 사과했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칭송했던 민주당 박영선 후보조차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보궐선거라지만 인구 1300여만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분의1이 관련된 큰 선거다.

민심은 정권을 떠났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지율 반등은 야권에는 '발광체'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면 홍준표, 안철수, 오세훈, 유승민, 원희룡 등 수많은 '뭇별'이 윤석열을 견제하며 쉽게 새로운 별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치 평론가는 "대선은 지옥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라고 했다. 아직 대선이 11개월이나 남았다. 윤 전 총장에게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검증도 거치고 어느 당에 몸담을지도 결정해야 하고 야권 대선후보와 힘겨루기도 해야 한다. 또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졌지만 이후 정계 개편의 한 축이 되고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다. 보수와 중도연합을 내년 3월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말을 잠시 멈추는 것을 '침묵'(silence)이라고 한다. 말을 안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대로 듣기 위해서이다. 윤 전 총장은 퇴임 이후 문밖을 나오지 않고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가 침묵을 깨고 대권 링위에 오르는 시간이 임박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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