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水可覆舟)
물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水可覆舟)
  • 승인 2021.04.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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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매우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직접 투표를 하는 두 곳의 시민들은 더욱 고민에 고민을 하였을듯하다. 시장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투표 전 선거운동은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고나 할까? 진흙탕에서 싸우는 동물처럼 오직 이겨야한다는 모습들이 볼썽사나웠으니까 말이다. 시민이나 국민들을 위하여 진정으로 헌신하고 봉직할 태도를 지닌 참다운 정치인이 더욱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노나라의 대부(재상)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는 "정치는 '바름(正)'입니다. 자신이 솔선 몸을 바르게 가지면, 누가 감히 바르게 행하지 아니하겠습니까?"하고 대답하였다. 정치에 관한 공자의 모범적 답안이 바로 '자솔이정(子帥以正) 숙감부정(孰敢不正)'이다. 솔선수범하면 누구든지 바르게 따른다는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인 논리이다.
계강자가 대부가 되었을 때 공자의 나이는 60세였다. 공자는 덕으로 사람을 감화하도록 훈도(薰陶)정치를 계강자에게 일렀다.
계강자가 "어떻게 하면 백성이 공경스러워지고 나라에 충성하며 착한 일에 힘쓰게 됩니까?"하고 물었다. 공자는 "위에서 법도에 맞게 대하면 공경하고, 어버이께 효도하고 백성들에게 자애롭게 대하면 충성합니다. 또한 착한 사람을 천거하고, 무식한 사람을 바르게 가르치게 되면 백성들은 스스로 권면하여 착한 일로 즐기게 됩니다."고 답하였다.
계강자는 정사에 관하여 공자에게 여러 번 물었다. 계강자는 "무도한 죄인은 사형하여 백성에게 본보기를 보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공자는 "대부는 정치를 함에 어찌 살인을 일삼으려 합니까? 대부 스스로가 착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착하게 될 것입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덕은 바람(風)이고, 아랫사람의 덕은 풀(草)입니다. 풀은 바람을 맞이하면 반드시 고개를 숙입니다."라 말했다.
바람과 풀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서경에도 나온다. 주나라의 2대 성왕이 군진(君陳)에게 "지극한 정치의 향기는 신명까지도 감동시킨다. 제사에 쓰는 찰기장과 메기장이 향기로운 것이 아니라, 오직 밝은 덕이 향기로운 것이다. 그대가 바람(風)이라면, 백성들은 풀(草)과 같다."고 훈시하였다.
상(은)나라의 포악한 군주 주왕(紂王)을 물리치고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은 2년 만에 죽고 성왕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어린 조카를 7년간 보필하면서 반란을 진압하고 안정적인 정책으로 주나라의 기틀을 다진 사람은 주공이었다. 주공은 성왕을 보필하면서 점령지 상(은)나라 지역을 잘 다스리기도 했다. 성왕은 주공이 죽은 후 그의 막내아들 군진이 대를 이어 상(은)나라 지역에서 바람(風)이 되어 잘 다스려줄 것을 훈시하였다.
한(漢)나라 말기 양태후가 집권을 하자, 오빠 양기는 대장군 신분으로 온갖 비리와 전횡을 저질렀다.
이 때 현량하고 반듯한 선비 황보규는 "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입니다. 배를 타고 있는 신하들과 장군들은 노를 잡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그들이 뜻을 올곧게 하고 힘을 다하여 천하의 백성들을 건너가게 하면 복입니다. 만약 급하게 다투어 건너거나 태만해지면 파도를 만나게 됩니다. 신중해야만 하는 까닭입니다."라고 간언하였다.
군주와 백성의 은유는 '바람과 풀'에서 '배와 물'로 바뀌었다. 당 태종 이세민은 한 걸을 더 나아가 '수가재주(水可載舟), 역가복주(亦可覆舟)'로 말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역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든 학교에서는 지난 3월에 선거를 실시하여 투표를 마쳤다. 필자가 근무할 당시 초등학교엔 1년에 4기까지도 학급회장을 선출한 적이 있었다. 골고루 회장에 참여하면서 지도력을 키우자는 취지에서였다. 가끔은 회장 입후보자가 많아서 과반수 표를 획득하지 못하여 결선 투표를 거쳤다. 집단엔 반드시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에서였다.
어떤 제도든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학교에선 학생이, 단체에선 회원이, 나라에선 국민이 선택권을 가진 주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면, 방울방울 떨어져 내림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그 물이 모여서 '수가복주(水可覆舟)'한다. '물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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