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강탈법’ 저지, 축하드릴까요?
‘의사면허강탈법’ 저지, 축하드릴까요?
  • 승인 2021.04.08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통과되지 못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하여 많은 의사들이 '의사면허강탈법'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사면허를 국가가 강제로 박탈하여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의사들에게 엄청난 차별을 가하는 듯이 주장하고 있다.

2000. 1. 12. 개정 이전의 의료법 제8조는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거나 집행유예된 자'를 의료인 결격자로 정하였으나 이후부터는 '대통령이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위와 같은 처벌을 받은 자'로 범위를 제한하였다. 의사들이 말하는 '의사면허강탈법'인 2021년 개정안은 2000. 7. 13. 이전의 법과 거의 유사하다.

의료인들의 주된 주장은 ① '의사는 의사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인데 의료법과 무관한 내용으로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받아도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과잉규제이고, ② 의사면허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2000.경 왜 개정하게 되었나를 살펴보자. 1999.~2000. 당시 의약분업의 혼란기였고, 의사들이 직접 약을 팔지 못하는 불이익에 대한 반대급부로 은근슬쩍 의료인 결격사유 완화가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의료행위와 무관한 범죄행위로 인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인가?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 실형으로 복역 중이거나 형기를 마치고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집행유예 기간 종료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는 공무원, 교원에서 당연 퇴직되고, 변호사의 경우 등록취소 된다(국가공무원법 제33조, 변호사법 제5조). 변리사·세무사·관세사는 변호사보다는 완화되었지만 역시 유사한 조항이 있고, 많은 공공기관도 국가공무원법과 유사한 결격사유를 정하여 놓았다.

이처럼 공직자 및 전문직에게 엄격한 규정을 정한 이유는 직무의 공공성 때문이다. 운전 중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어도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사적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고 공적인 업무 내지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하므로 다른 어느 직업군 보다 더 높은 신뢰도 및 직무공공성이 요구되고, 의사도 동일하다.

의사를 식당 사장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전문직은 특정한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 지식 및 신념의 체계를 가지고 있고, 사회 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그 인·허가를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고 전문적인 영역에 비전문가 진입하여 시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방지하고 그 반사적인 이익으로 전문직의 직업적 이익이 보호된다. 국가가 없다면 전문직이라는 직군이 유지될 수 없어 누구라도 의료행위, 법률서비스 제공을 막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자격에 국가의 통제가 작동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인들에게 월등히 불리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아직도 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전문직의 사명을 도외시한 과도한 반대이다.

교통사고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아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것을 의사들이 가장 염려한다. 많은 공직자, 변호사들이 매년 엄청난 수의 중대한 교통사고를 내지만 실제로 공직을 떠나거나 자격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일까? 법의 융통성 때문이다. 교통사고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집행유예형이 적절한 경우라도 공직자, 전문직, 기타 회사 내규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직장을 상실하게 될 경우 법원은 사고 경위 등을 두루 참작하여 '직장에서 퇴직할 정도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벌금형'을 선고하여 퇴직 또는 면허취소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면 누가 보아도 파렴치범으로 구제여지가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에게 수술받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므로 단순한 수술 기술 이상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의사면허 강탈법이 통과되면 백신접종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전 국민 상대 협박극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국민들은 그 통과를 막은 의사와 이를 포기한 정부, 여당, 야당을 기억하고 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