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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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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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도덕적이지 않는 사람이 가고 싶다는 도덕암

햇빛 콸콸 쏟아지는 더위에

숲길을 한참 더 걸어가서야 근처에 도착했다

생뚱맞게 KT 기지국이

우두커니 서서 일행을 기다렸다

한 바퀴 돌아보고

깨진 바가지로 물 한 모금씩 돌려 마셨으니

이제 도덕적으로 살자고 서로 웃고

내려오면서 일행은 다시 기지국 앞에 서서

좀 쓸쓸해 보이길래

어찌 이 깊은 곳에 숨어놓고

세상과 내통하려 하는가 말을 건넸다

밤에 밝은 별 밑에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시끄러운 사건

안과 겉을 분별하고 진짜와 가짜를 찾으려

깊은 숲속에 매복 했으나

여기는 은밀한 속삭임이 더 많아

소란 보다 더 거슬린다고 했다

바보 같은 기지국

생은 원래 거짓과 진실이 다 한통속인 걸

모르는 모양이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깊은 숲속을 산책하는 동안 시를 쓸 수 있는, 이미 매복해 있던 뜻밖의 매개체를 만나고, 나아가서는 생의 이면을 더듬어 보게 된다. 시인은 숲길에 들어서는 순간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내기 시작하였고, 마침 그곳에 안팍과 진위의 속셈을 모르고 소통을 원하는 “기지국”을 조롱하는 시인의 기지가 참신하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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