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세상과 나 사이의 완충제’를 가져보자
독서로 ‘세상과 나 사이의 완충제’를 가져보자
  • 승인 2021.04.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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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책을 펴는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 창에 입력만 하면 필요한 정보가 쏟아진다. 물론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거나 제품을 광고하는 내용이 전부일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어쨌든 인터넷은 책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답을 찾기 쉽다. 책이 정보의 보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책만 정보를 담는 것은 아닌 세상이니 꼭 책을 읽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나 역시 종이가 아닌 책도 읽는다. 제품을 팔기 위해 워낙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이는 출판 시장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책을 소개하는 광고만 보고 종이책을 사는 것이 불안해졌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이 e-book이었다. e-book으로 읽고 난 후에 종이책을 구매하는 소위 '읽은 책 구매'의 아이러니한 습관마저 생겼다. 출근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오디오북을 열고 책을 읽는 행위를 시작한다. 물론 '듣기'가 '읽기'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으니 '듣기'를 통해 책의 구성과 대략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에 만족한다. 어차피 읽을 책은 종이책 구매로 이어질 것이므로.

SNS 채널을 돌아다니면서도 유심히 보는 것이 책 관련 게시글이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이라던가, 그동안 나의 취향과 비슷한 이들의 게시글을 보면서 다음에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추가한다. 스마트폰 독서에 익숙해지면서 종이책을 가지도 다니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책을 읽기 쉽게 만들어 주긴 했지만, 동시에 다른 관심거리도 이동도 쉬워 책 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때는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한 노력이 덤으로 필요해졌다.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충분히 읽어야 하는데도 읽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실로 종이책 읽기가 쉽지 않은 요즘이다. 그래서 하루 한 페이지 읽고 쓰기, 집안 곳곳에 읽던 책 놓아두기, 자기 전 30분 책 읽기 등 책을 읽기 위한 여러 장치를 생활 곳곳에 마련해 두고 읽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이렇듯 책을 읽기 위한 나의 노력은 눈물겹다.

내가 이렇듯 책 읽기에 목매는 이유는 바로 '안정' 때문이다. 생전 처음 겪는 다양한 상황을 하루에서 수없이 마주하게 되는 것이 일상이다. 한 번쯤 경험해 봤더라면 조금 덜 힘들 수 있고. 어디선가 본 듯한 상황이라면 조금 덜 낯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은 해결 여부를 떠나 충격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쌓인다. 이러한 충격을 줄이는 것이 바로 책이었다. 낯선 상황이 책에서 본 듯한 상황으로, 어려운 이야기가 책에서 한 번쯤 읽어본 이야기가 되었을 때의 안정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매일 해결해야 할 일들이 줄지어 서 있을 때 책 읽기의 경험은 자연스럽고 안정감 있게 일상을 헤쳐나가는 힘이 되어 준다.

이는 특정 분야의 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계발서는 물론 시나, 수필, 소설과 같은 문학과 전문 분야의 이론서를 망라하고 도움이 된다. 그 때문에 나의 책장에는 여러 분야의 책이 함께 꽃혀 있다. 항상 새로운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한번 읽었다고 그 책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으니 읽은 책을 다시 읽는다고 지루하거나 식상하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읽은 책 다시 읽기를 더 좋아한다. 새로운 책 읽기는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주지만 읽은 책 다시 읽기는 안정과 위로가 된다.

코로나19 이후 변화 중 하나로 도서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교보문고의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했고, 2020년 1분기~3분기 기준 온라인서점의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9%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조사"는 코로나19 이후 '종이책 읽기'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성과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 변화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책을 읽자는 말이다. 물론 책 읽기가 어색할 수도 있고, 책을 읽고 꼭 독후감을 써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책 읽기가 불편할 수도 있다. 책을 읽고는 싶지만 당장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책장으로 가서 예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을 꺼내 보거나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을 꺼내 읽어보자. 잊고 있었던 책 속 이야기에 푸근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전부다. 무언가를 배워야 할 이유도 없고, 특별한 정보를 습득할 필요도 없다. 하루하루가 전투 같은 나의 일상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나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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