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서양사정
[신간]서양사정
  • 석지윤
  • 승인 2021.04.14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근대화 선각자가 말하는 서구 문명
개인의 자유·권리 중요성 피력
조선 개화파에 미친 영향 시사
상세한 주석 달아 이해도 높여
서양사정
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여문책/ 504쪽

조선의 개화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의 국내 첫 완역본이 나왔다.

책은 일본 메이지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20대 후반이었던 1860년대에 막부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과 유럽을 두루 살펴보고 쓴 것으로 유길준, 김옥균, 박영효 등 조선의 개화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열풍이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 세계를 휩쓸던 시기인 19세기 중후반대에 생애 대부분을 보낸 저자 또한 물밀듯이 들어오는 서양의 온갖 개념들을 놓고 치열한 고뇌의 시간을 보냈으며, 책에는 이런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잘 묻어나 있다. 당시의 동양과는 달리 서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인데, 저자는 개념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독자에게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책 곳곳에 ‘할주(割註)’를 활용하고 있다.

역자들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인 만큼 3책을 모두 꼼꼼히 번역하고 필요한 부분에 풍부한 역주를 달아 19세기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나 독자들이 큰 어려움 없이 책의 내용을 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후쿠자와는 한때 1만 엔권 지폐 초상화의 주인공이었을 만큼 일본에서는 ‘근대화의 아버지’로 크게 추앙받는 인물이지만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을 따르자는 ‘탈아론’의 관점에서 제국주의자적 면모를 보인 한계와 메이지시대를 대표하는 계몽사상가라지만 사상적으로는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 등 식민지시대를 겪은 우리 입장에서는 여전히 논쟁적인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양의 근대적 사상, 정치체제, 문화 등을 먼저 일본을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시대적 한계를 고려할 때 책은 조선의 근대를 이해하기 위한 매우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