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생과 꼭 닮아” 봉산문화회관 18일까지 곽호철 개인전
“자연, 인생과 꼭 닮아” 봉산문화회관 18일까지 곽호철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1.04.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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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후 디지털·아날로그 작업 병행
평면에 공간감 주는 ‘공기 원근법’ 특징
곽호철작풍경-성주성밖숲
곽호철작 ‘풍경-성주 성밖숲’

아기가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며 첫 호흡을 하는 순간,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점철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지도 모른다. 탄생의 첫 순간 웃음 대신 울음을 터트려야 하는 생물학적인 이유야 분명하겠지만, 인문학적 관점에서 웃음과 울음이 주는 상징성은 하늘과 땅의 간극만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 곽호철은 아이의 첫 호흡과 노인의 마지막 호흡 사이의 인간세상을 화면에 담아낸다. 매화향 짙은 봄의 기운과 소나기가 대지를 뒤흔드는 세찬 여름, 풍요롭지만 짧아서 아쉬운 가을 그리고 만물의 영혼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겨울 등 인생의 희노애락을 사계절의 풍경 속에 은유하고 있다. “우리의 인생과 꼭 닮은 자연을 매개로 인간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곽호철 12회 개인전에 걸린 작품들은 모두 자연풍경. 잘 다듬어진 자연 속 휴식공간이나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작가만의 특유한 화법으로 표현한 작품 20여점이 전시장에 걸렸다.

작업은 주제와 표현기법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먼저 표현기법이 독특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병행한다. 자연을 여행하며 작가의 감정상태와 일치하는 자연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1차 작업이 마무리되면, 2차 디지털 작업으로 넘어간다. 디지털 상에 이미지를 옮긴 후 색을 조정하거나, 풍경 속 자연물을 더하거나 빼거나 축소하는 등 평면회화와 동일한 작업들이 진행된다.

디지털에 해당하는 2차 작업과 달리 3차 작업은 아날로그에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특허까지 따낸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곽 아트(Kwak Art) 기법’과 동양화 기법 중 하나인 ‘공기 원근법’이 적용된다. 먼저 완성된 디지털 이미지를 실사천에 인쇄해 캔버스 틀에 고정시키고, 투명한 레진으로 여러 차례 덧칠하고 말리는 과정에서 긁어내거나 기포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들이 가해진다.

이 기법이 물체와 물체간 거리를 흐리게 색조 처리를 하거나 아예 그 공간감을 강조하는 동양화 기법 중 하나인 ‘공기 원근법’이다. 마르는 과정에서 시간차의 효과로 생성된 올록하거나 볼록한 매직아이 같은 효과는 ‘곽 아트 기법’의 결과다.

2018년부터 현재의 화풍으로 변화했지만 이전에는 유화작업에서 나무판과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반입체 작업까지 다분히 실험적인 작업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다양한 재료들이 가지는 강한 물성들이 눈과 코 등의 인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자 디지털과 아날로그 혼용으로 전환했다.

그는 “아날로그적인 작업들이 감각적인 손맛을 살렸다면 지금은 따뜻한 감성을 충분하게 담아낼 수 있게 했다”며 각각의 작업들이 가지는 장단점을 언급했다.

주제는 ‘가족’과 ‘시간’이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나무를 의도적으로 연리지 형태로 엮어 표현하며 가족의 인연을 상징적으로 은유한다. 풍경은 대개 아름다운 풍경들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에 연리지와 함께 노부부가 다정한 관계로 등장시킨다. 이러한 장치들은 가족의 행복에 대한 작가적 염원으로 활용된다.

공기원근법으로 중첩된 시간성과 사계절의 형상화로 끌어들인 시간성에는 희노애락이라는 인간 삶의 형태들이 은유되어 있다. “비록 지나온 시간들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그 삶의 파고마저도 지나고 나면 성장의 발판이 된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는 그의 인생관의 표출이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의 색을 충분히 살렸던 전작들과 달리 색을 뺀 흑백 작업들도 포진해 있다.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동양화의 예술관에 대한 작가의 수용적 태도에 해당된다. 세상을 향한 거친 외침보다 정제된 발언을 선호하는 그의 안정적인 태도는 캔버스 프레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가장 안정적인 사이즈인 가로2x세로1의 비율의 프레임을 선호한다. 이번 전시에 100호에서 300호짜리 10점과 20호에서 80호짜리 10점 등 대작들을 출품했다. 전시는 18일까지. 053-661-3500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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