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게걸음’…언제까지 국민만 조일텐가
백신접종 ‘게걸음’…언제까지 국민만 조일텐가
  • 조재천
  • 승인 2021.04.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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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47일간 2.38% 그쳐
빠른 일상회복 기대한 시민들
“방역 지침만 조였다 풀었다
거리두기만 강조” 불만 고조
“정부, 물량확보 제대로 못해
일부러 늦추나” 의구심까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47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다른 나라보다 접종 시작은 늦었지만 속도는 빠를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은 달리 돌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14일 0시 기준 123만 9천65명이다. 우리나라 인구(5천200만 명)의 2.38% 정도만 백신을 맞은 셈이다.

이처럼 백신 접종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태가 되자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때 확진자 폭증으로 위기 국면을 맞았던 영국이 백신 접종률을 높여 일상 복귀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만 강조하며 방역 지침을 조였다가 풀었다가만 반복하는 정부 대응에 국민들의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언제까지 국민의 일상 통제를 담보로 한 K-방역 구두선으로 국민을 희망 고문할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백신 물량 확보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떨어지는 접종 속도

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속도를 쉽게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달 14일 기준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은 58만 7천884명, 접종률은 1.13%였다. 이후 65만 1천181명이 백신을 맞아 접종률은 1.25%p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한 달간 접종 속도는 이전(2월 26일~3월 13일)에 비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접종 속도를 일부러 늦추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보다 화이자 백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효능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최근에는 혈전증과 연관성이 확인되면서 AZ 백신에 대한 불신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30세 미만이 제외돼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해당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접종 동의율까지 떨어뜨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 백신 물량 조달 애로

한국 정부는 한발 늦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7900만명분의 선구매 계약을 맺고, 이 중 1200만명에 1차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상반기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으로 1~2분기 접종 대상자 약 1200만명(접종률 23%)에 1차 접종하기로 했다. 이어 하반기 접종을 시행해 11월까지 접종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제조사나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공급 부족을 이유로 도입 일정 연기, 물량 축소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은 904만 4천 명분이다. 이 중 59%인 533만 7천 명분은 AZ 백신이다. 하지만 미국 보건 당국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드물지만 심각한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백신 접종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얀센과 최소 600만 명분의 백신 공급을 계약한 우리 정부는 또다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애초 제조사와 2000만명분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최근 원자재 부족 등 문제로 1000만명분만 오는 6월부터 3분기 내 도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1000만명분은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라서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는 사실상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1000만명분에라도 기대를 걸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조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맺어, 다른 백신들보다 유연하게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백신은 아직 글로벌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도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산해도 당장 사용할 수 없는 변수가 있다.

△ 대구 시민 접종률 2.29%

대구에서는 지난 2월 26일부터 전날까지 5만 4천858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 2천946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다만 2~4월 백신 1차 접종 대상자 23만 6천749명 중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23.2% 수준이다. 대구 시민(240만 명)의 백신 접종률(2.29%)도 전국 평균을 밑돈다. 시 관계자는 “중앙 정부에서 백신 잔량을 확인하면서 백신이 떨어지기 전에 배송해 주고 있다”며 “백신이 부족해서 접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남구 봉덕동에 사는 윤 모 씨는 “백신이 부족하지 않다면 있는 백신을 서둘러 접종하면 될 텐데 일정을 왜 이렇게 느슨하게 잡았는지 모르겠다”면서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경우 중구에 사는 75세 이상 어르신들만 모두 백신을 맞았을 뿐 남구 어르신들은 한 분도 맞지 못해 지역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제대로 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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