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한 삶을 덧칠하다가
이제야 검붉어졌다
한여름 쏟아낸 열기 삼키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소낙비에 머리를 감더니
적막의 골은 깊어졌다
세찬 빗줄기를 타고
미꾸라지 하늘 오르다
곤두박질한 지붕에서
허황한 욕망은 녹물을 남겼다
그득하던 채소를 떠나보낸 자리
애잔한 음률을 묶어둔
하프의 줄은 탱탱해졌다
쓸쓸해진 한 남자가
봄 기다리며
뜨끈한 오줌을 눈다
◇오상직= 경북 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가을호/2014 신인상으로 데뷔, 한국문인협회 회원,시집 : 달빛소나타.
<해설> 더 이상 흔하지 않는 양철지붕의 모습을 글로 본다는 것은 행운이다. 마지막 연 “뜨끈한 오줌을 눈다”에서 잠시 의아했지만, 상상에 두기로 한다. 남자가 오줌을 누는 뒷모습이 쓸쓸하긴 하겠다. 그 모습에서 양철지붕의 추억과 상반되는 감정을 끌어내는 것은 충분하다. 시인은 어쩌면 양철지붕과 남자의 입장을 함께 보았는지도 모른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