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7 재보선 승리 이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난 뒤 새 지도체제 정비 과정에서 자중지란에 빠져 혼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기 당권과 야권 통합 문제를 놓고 당내 파열음이 터져 나오면서 김 전 비대위원장 예견대로 ‘아사리판’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비대위 비공개회의에서는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주도로 논의되는 ‘야권 통합’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또 주 권한대행의 거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회의에서는 김현아 비대위원은 “국민의당과 합당이 (의사결정 기구인) 비대위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주 권한대행이 독단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합당을 논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비대위원도 “합당의 당위성이 뭔가. 합당은 안철수의 일방적 선언에 불과했다”며 “왜 우리가 거기에 끌려가야 하나. 왜 합당이 (모든 일의) 전제가 되나”라고 따졌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주 권한대행을 향해 “거취부터 결정하라”고 했다. 주 권한대행이 합당을 명분 삼아 자신의 직을 유지한 채로 당권까지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내 일각의 시선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주 권한대행이 “나는 정치를 하면서 그렇게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며 “재보궐선거 이전까지 (당 대표를 하겠다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비대위원들의 반발은 이어졌다.

비대위원들은 주 권한대행이 당권을 거머쥐기 위해 통합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상대로 통합 논의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데도 마치 조만간 극적 타결에 이를 것처럼 포장하며 거취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재선 모임, 14일 4선 이상 중진 모임과 초선 모임에서 일제히 주 권한대행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더구나 주 권한대행이 다음 주 가까스로 국민의당과 통합 합의에 이르더라도, 당 최고 의결기구인 비대위가 순순히 의결해줄지 미지수다.

한 비대위원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그만”이라며 “신설 합당까지 하면서 통합할 이유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 권한대행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에 오는 23일까지로 예정된 당내 여론 수렴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당부에 발맞춰 ‘자강론’을 지지하는 비대위원들은 야권 통합 문제를 새로운 지도부에서 다뤄야 한다며 대체로 ‘선 전당대회론’을 펴고 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통합은 물러나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새로운 지도부가 할 일”이라며 주 권한대행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대표 도전할 거면 원내대표부터 즉각 사퇴하고 만약 출마하지 않는다면 즉각 불출마 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