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디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물질의 원리에 관심이 많았다. 물질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을 나타내는데 작업의 중심으로 삼은 것이다.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한다면 지문일지 않을까? 지문은 생체인식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만큼 자신을 잘 표현하는 문양이다.
단지 인간의 손끝에 그려진 무늬 정도로 알고 있는 지문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많은 사물을 직접 접촉하는 지문은 그 흔적을 사물에 계속 남기게 된다. 그 흔적들은 무수한 시간 속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다.
농부의 갈라진 지문, 화가의 물감 묻은 지문, 삶이 묻어나는 지문. 그리고 모든 만물이 지문의 문양처럼 파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좀 더 폭넓게 말하면 인간은 우주 만물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 연결은 지문에서 더 원천적으로 나아가면 인간의 주변은 파장으로 넘쳐 난다.
그 파장에는 빛이나 소리, 파도, 지진 등이 있다. 그 예로 프리즘을 태양 빛에 갖다 대면 빛의 파장 차이에 따라 무지갯빛을 볼 수 있다.
온갖 악기는 귓 속 달팽이관을 적절히 자극하는 파장에서 기분 좋은 감동을 준다.
그렇다면 인간 서로와 소통하는 수단은 파장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이 하는 일상의 행동이나 사고가 파장 하나하나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포함한 인간에게 서로 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파장은 우주의 끝까지 멈추지 않고 퍼져 나간다. 나의 작업은 지문 속의 삶 그리고 지문을 둘러싸고 퍼져 나가는 파장이며 우주의 모든 것이 단 하나에서 빅뱅이 일어나 마치 분리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인간 모두는 오직 ‘하나’‘에서 왔으며 언제나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단 한 형태의 지문만을 그린다.
※이우석은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4회의 개인전과 150여회의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 대구미술가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