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면허 취소법’의 또 다른 이름 ‘말 안 듣는 의사 길들이기법’
‘의사 면허 취소법’의 또 다른 이름 ‘말 안 듣는 의사 길들이기법’
  • 승인 2021.04.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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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난 2월19일 국회 보건복지위는 전체회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한다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료법 개정안은 처음에는 살인,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의료인으로서 결격 사유에 해당하므로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 요건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되었으나 강병원·강선우·권칠승·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대 범죄만이 아니라 교통사고 등 에도 금고형 집행시 의사 면허를 박탈하자는 법안을 상정함으로써 결국 모든 금고 이상의 형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으로 발의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에게 “의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면허취소 하는 법안에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개정안을 상정하였다. 의사 대신 국회의원, 공무원, 교사 어떤 직군을 넣어도 찬성이 많을 것이며 이는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전에는 찬성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선동성 질문이다.

여기서 국민들이 간과하는 것은 의사윤리에 위배되는 강력범죄가 아니라 모든 금고 이상 형시 의사면허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스쿨존에서 예상치 못하게 어린이가 뛰쳐나와 발생한 불가항력의 교통 사고, 병원이 망하여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응급실에서 술에 취해 난동 피우는 환자를 제지하다가 쌍방폭행죄로 벌금이 나오는 경우 등 의료행위가 아닌 일로 집행유예 이상 형을 받을 경우에도 의사 면허를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살인, 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국민과 다른 의사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예전부터 요구하였으며 이번 의료법 개정안 또한 이와 같은 취지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의사를 처벌한다는 원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금고형에 처한 모든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겁박하여 통제하려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일각에서는 의사와 변호사를 비교하면서 변호사는 잘못하면 자격이 박탈되는 조항이 있는데 왜 의사 면허는 안 되는지를 묻기도 한다.

대전제는 변호사는 자격증이고 의사는 면허증이란 점이다. 자격과 면허에는 큰 차이가 있다.

면허란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특정한 경우에 허가하는 것이며 자격은 일정 특성과 수준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자격증과 면허증의 차이는 면허가 있는 분야의 경우 없는 사람은 그 일을 절대로 하면 안 되나, 자격의 경우 없다고 해도 반드시 그 일을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로 운전면허 없는 사람은 절대로 운전하면 안되나 요리사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요리사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는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뒷받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금고형 이상 선고 자격 박탈’변호사법에 대한 헌법소원에 변호사의 경우 “기본적 인권 옹호, 사회정의 실현이 사명이며, 그 지위가 모든 법률사무전반에 미치므로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국민보건 향상 등 의료가 사명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는 같다고 볼 수 없다”면서 기각한 바 있다. 변호사는 사회전반에 걸쳐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직군이고 의사는 국민 보건등 의료가 사명인 직군이므로 의료와 무관한 금고형으로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무리수를 두면서 이 법안을 발의한 저의가 의심스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에 공공의대등 공정성을 훼손시키고 의료 질 저하를 야기하는 4대 의료악법을 통과시키려다 의사들의 휴업을 통한 집단 투쟁에 밀려 한시적으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휴업 투쟁을 하는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 있게 되니 이는 의사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조지 오웰의‘1984년’이란 소설이 있다. 이 소설에는 극단적 전체주의 사회인 오세아니아가 정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민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감시하는 내용이 나온다.

의사 면허 박탈법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과 1984년의 오세아니아가 다른 점이 무엇인지 더불어민주당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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