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하다
숭고하다
  • 승인 2021.04.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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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시인

거참! 곱게도 늙은 문짝이다

색 바랬어도 눈빛은 살아 있다

소목장의 손이 닿던 기억을 꽃잎들이 놓지 않았다는 것

참 다행한 일이다

꽃살문에는 목어 소리 골라 먹는 벌레가 살아

끌 날이 지르던 직선의 비명은 어디 가고 곡선만 남았다

평온하다, 결 따라 피지 못한 잔설의 눈물 자국도

기다림의 화두에 쉽게 눈을 떼지 못했던

이쪽과 저쪽의 기척

아무도 몰래 간간 흔들림의 세월을

꽃잎은 무던히도 견뎌냈다

닳아 문드러져도

숭고하다, 결로 남겨진 꽃잎의 본색

◇김건희=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

<해설> 오래된 것에 대한 경의는 언제 읽어도 마음을 단정하게 한다. 결과 곡선과 오래된 것이 없어지지 않고 견뎌낸 세월 앞에서 곱고 숭고하다고 이야기 해주는 자상함에서, 결국 시는 시인의 면밀한관찰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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