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더 가혹한 ‘코시국 장벽’
장애인에 더 가혹한 ‘코시국 장벽’
  • 박용규
  • 승인 2021.04.19 21: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의 날’맞아 돌아본 현실
비대면 판매 ‘키오스크’ 확산
활동 보조인 없인 이용 힘들어
항균필름 부착·마스크 착용에
시각·청각장애인 소통 문제도
불편 해소 선제적인 노력 필요
19일 대구 중구청 로비에서 직원 및 관람객들이 전시된 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예방대회 수상작을 살펴보고 있다. 장애예방대회는 대구장애인재활협회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과 후천적 장애발생 요인을 사전 예방하고자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19일 대구 중구청 로비에서 직원 및 관람객들이 전시된 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예방대회 수상작을 살펴보고 있다. 장애예방대회는 대구장애인재활협회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과 후천적 장애발생 요인을 사전 예방하고자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20일은 ‘장애인의 날’ 41주년이다. 19일 보건복지부와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등록 장애인 수는 263만3천여 명이며 대구에는 12만 6천여 명이 있다. (관련기사 참고)

전체 인구 대비 5% 수준인 이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커진 일상적 제약은 일상의 걸림돌로 다가온다. 키오스크나 QR코드 등은 ‘장벽’이 됐으며 일상화된 방역 물품들은 소통을 방해하는 수단이 됐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이하 420대구연대)가 지난 3월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주간 지역 장애인 차별 집단 진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진정 31건 중 12건이 키오스크 구조 미비로 인한 전동보조기기 이용 장애인의 불편 사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애인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각종 대책과 지원책을 시행 또는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정부기관 및 지자체에 시행 권고했고 대구시는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매뉴얼을 코로나19 예방수칙과 함께 전파하면서 각종 지원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 부족 등의 미비점은 제기되는 상황이다.

◇ 키오스크, 항균 필름, 마스크 등은 장애인에게 ‘장벽’

지체장애인 이모(대구 달서구)씨는 최근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도입 확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휠체어에 앉은 이씨가 이용하기에는 높은 키오스크 기기 탓에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매장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키오스크를 들이는 가게는 점차 늘고 있는데, 기계 버튼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도움을 주는 사람 없이는 직접 이용할 수 없다”며 “장애인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은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현대화 등으로 키오스크가 늘어나며 디지털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장애인 기준으로 제작돼 높이가 높고, 음성 지원이 되지 않는 다수의 키오스크는 장애인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균 필름과 마스크로 인한 시각·청각장애인들의 소통 문제도 제기됐다. 시각·청각장애인들이 상황을 인식하고 소통하는 도구인 점자와 입모양 등이 필름과 마스크로 인해 가려진 탓이다.

청력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어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입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는 소통에 치명적이다. 또 대중교통, 관공서 등 곳곳에 부착된 항균 필름 역시 촉감으로 점자를 읽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했다.

이민호 420대구연대 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활동가는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장애인을 위한 맞춤 방역 지침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방역 맞춤 지침과 통계를 마련하고, 민간기업에서도 키오스크 등을 도입할 때 선제적으로 모두가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기기를 정비할 필요가 크다”고 말했다.

◇ 장애인 어려움 해소 위한 노력에도 디지털 격차 해소는 ‘먼 산’

코로나19 시대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방안이나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미비점이 존재하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이달부터 대구공동모금회 성금 6억5천만 원을 활용해 저소득 독거노인 3천400여 명 대상으로 도시락 지원 및 심리 방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친화도시 조성 용역도 준비 중에 있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한 필터 교체형 마스크도 시 재난기금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디지털 격차 해소 방안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키오스크뿐 아니라) 현재 보편화된 QR코드도 장애인에겐 장벽이다”라며 “장애인의 이동을 보조하는 휠체어 등으로 자동 인식이 가능케 하는 등 디지털 기기를 대하는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덕 교수는 대책 마련 중점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강조하며 “장애인들의 활동을 위한 활동 지원 프로그램 등이 더 확대돼 집 안에만 머물며 생기는 코로나 블루를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간에선 청각장애인이 마스크로 인해 겪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입 부분만 투명하게 제작된 립뷰 마스크가 확산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항균필름으로 인해 겪는 점자 인식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점자가 부착된 항균 필름도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다. 대구시는 립뷰 마스크를 수어 통역 관련 업무 종사자와 기관에게 보급했다.

박용규·김수정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