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런 무능
고집스런 무능
  • 승인 2021.04.2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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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우린 투표권이 없었다. 그냥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몇몇 곳에서만 치러진 선거였다. 그런데 선거권도 없던 우리는 지난 총선보다도 더 숨 가쁘게 개표 결과를 기다렸고, 선거 과정을 지켜봤다. 우리는 내가 주권을 행사하지도 않은 선거에 과거에 스스로가 투표를 했던 다른 어떤 선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결과를 보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왜 그랬을까. 우리 모두는 다 알고 있었다. 그냥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저 서울과 부산 시민을 위해 일 할 한 사람을 선택하는 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선거가 끝나고 열흘이 넘게 지나갔다. 그런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와대든 정부든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선거 참패 12일이 지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질책을 쓴 약으로 여기고, 국정 전반을 돌아보며 새 출발의 전기로 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의 기조는 쉽사리 전환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비록 정부는 무엇이 문제이고 과제인지 냉정하게 직시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마지막까지 부패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유능하라고 했지만 이미 관료들의 부패의 민낯은 백일하에 다 드러났고, 정부의 무능함은 알려질 대로 알려져 각인돼 있다. 대통령은 반성을 얘기하는 가운데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전쟁의 위기를 걷어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자화자찬만 곁들였다. 무엇이 부족했는지는 함구한 채 부족한 것은 고치겠다고 또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 했다. 많은 국민들은 안다. 대통령과 정부는 그 어떤 것도 잘 고치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강하게 질책한 선거였다. 그래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여전하다. 서투른 정책을 수십 차례나 쏟아낸 게 너무 불안해서 여당이 참패했는데도 여전히 서툴렀던 실험을 끝내지 않고 쭉 밀고 가겠다는 다짐만 나왔다. 엊그제 민주당이 부랴부랴 부동산특위를 설치했지만 현장이 체감 가능한 정책 전환이 언제 이뤄지느냐는 미지수다. 홍영표, 송영길, 우원식 의원 등 세 명의 당 대표 후보들 부동산 정책까지 서로 엇갈리고 있으니 명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급조한 당내 부동산특위의 위원장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발언을 했던 진선미 의원으로 정해졌으니 보나마나 라는 의견이 또 나온다.

이래서 무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미끈하게 일을 잘 처리해 안심시켜도 모자랄 판국까지 왔건만 여전히 서툰 정책에만 매달려 있으니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도둑질도 서툴면 보는 사람이 불안한 법인데, 국가 정책이야 오죽하겠는가. 정부와 여당의 서툰 솜씨에 국민들이 나라가 거덜 날 것 같은 걱정이 들지 않겠는가. 부동산 정책이 그렇고 일자리 정책이 그렇다. 백신 정책은 오히려 더한 것 같다.

며칠 전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업보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도 수사대상이 되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관례를 만들었으니 퇴임 후 누가 후임 대통령이 되더라도 변명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 덧붙여 수많은 통치행위 가운데 원전비리 사건 하나만 하더라도 중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글이 언론에 기사화 돼 나가자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속 시원하다’는 식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대통령이 결자해지 않는다면 훗날 더 혹독한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홍 의원의 이런 주장에 “국내의 원전은 폐쇄시키면서 국민을 속여 가며 김정은과 나눈 밀담의 내용은 무엇이었으며 USB에 담아 전달한 자료는 무엇인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보고서가...” 운운하는 댓글 하나가 달리자 이 댓글에 또 답글이 순식간에 60건 이상 달렸고 ‘좋아요’가 순간 5천500건 눌려졌다. “세계 정상의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원전산업을 스스로 포기하게 한 문 정권의 죄는 후일 꼭 특검을 해야 할 사안”이라는 댓글에도 ‘좋아요’가 순식간에 2천165건 눌려졌다. 반대로 ‘비공감’ 의견은 86건에 불과했다. 이런 국민의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지난 선거에서 표심으로까지 반영됐지 않았나 하고 짐작해 본다.

상관이 무능하면 부하가 고생한다. 군에서는 상관이 무능하면 부하들이 고생하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생존에 큰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적어도 높은 자리에 있는 자의 무능은 죄가 맞다. 이는 군대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 심지어 집안이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더더욱 ‘물론’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남의 의견은 절대 듣지 않는, 전문가의 고견일수록 더더욱 듣지 않는 습관까지 가진 지금의 정부는...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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