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디지털성범죄 미온적 수사” 규탄
“경찰 디지털성범죄 미온적 수사” 규탄
  • 정은빈
  • 승인 2021.04.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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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피해자 권리보장 촉구
은행 여성화장실 불법촬영 사건
수사 과정 중 “피해 경미” 발언
성폭력특별법 제29조 조항 위반
검찰 보완 수사 요구에 재수사
경찰 측 “촬영물 유포 혐의 없어”
경찰이 최근 대구 한 은행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30대 은행원을 검찰에 송치한 가운데 대구지역 여성단체는 경찰의 수사 태도가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이하 대경여연)은 20일 오전 수성구 대구경찰청 앞에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권리 보장과 유포 피해 대응 강화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경여연과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한 은행 여성 화장실에서 은행원 A(30대)씨가 설치한 카메라 1대가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인 B씨는 은행 인권센터에 신고했고, 인권센터는 다음날인 12월 30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A씨는 카메라를 회수한 상태였고, “근처 공원에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2주간 압수수색을 통해 A씨 PC 등에서 촬영물을 발견했다. B씨 등은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촬영물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B씨 등 3명은 A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서야 촬영물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피해자 5명을 특정했다. 사진이 촬영된 장소는 은행 내 2개 층과 다른 건물의 여성 화장실 총 3곳으로 확인됐다.

남은주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가해자가 경찰 신고를 알고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유감스럽다. 지금도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가 ‘나는 괜찮을까’라는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서 증거를 찾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대로 수사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경여연은 경찰이 B씨에게 촬영물을 보여주는 과정에 독립되지 않는 곳에서 남성 경찰과 함께 확인하도록 하고, “피해가 경미하다”고 발언하는 등 성폭력특별법 제29조 ‘수사 및 재판 절차에서의 배려’ 조항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정현정 대구여성노동자회장은 “여성의 몸을 ‘야동’이나 ‘음란물’로 대하는 남성들의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이를 방관하는 공권력을 규탄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동료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봤던 가해자를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2016년과 작년 자신의 직장인 은행 여성 화장실 등에서 사진 9장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촬영물은 2건, 작년 촬영물은 7건이다. 피해자는 모두 은행 직원이며, 중복되는 대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 2월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이 피해자 확인 등 보완 수사를 요구해 재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유포하지 않았다”는 A씨 진술과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 SNS를 통한 전송 등 기록이 없는 점에 근거해 유포 혐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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